중국의 한 항공사가 ‘기혼 여성 및 주부 승무원’을 모집하면서 ‘항공 이모(아줌마)’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3일(현지시간) 중국 매체 차오뉴스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상하이를 기반으로 한 저비용항공사 춘추항공(스프링항공)이 최근 25세~40세 여성, 특히 결혼했거나 자녀가 있는 지원자를 대상으로 신규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채용 공고에는 지원자가 최소 학사 학위를 보유해야 하며, 키는 162~174㎝, 고객 서비스 경력이 있으면 우대된다고 명시됐다. 채용 인원은 30~60명, 근무지는 상하이와 북서부 도시 란저우다.
중국 항공업계가 통상 18세~25세의 젊은 여성을 승무원으로 채용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공고는 이례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춘추항공 인사 담당자는 현지 매체에 “기혼 여성은 삶의 경험과 공감 능력이 풍부해 어린이와 노인 승객을 더 잘 돌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사 측은 이번 채용이 “여성의 다양한 경력과 삶의 단계를 존중하는 인사 정책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여성 정년이 일반적으로 50세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채용이 경력 단절 여성에게 새로운 일자리 기회를 제공한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항공 이모’라는 명칭이 알려지자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즉각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관련 해시태그는 게시 후 조회 수 7000만회를 넘기며 급속히 퍼졌다.
현지 누리꾼들은 “여성에게 무례한 호칭이다”, “전통적인 가정주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일부에서는 “여성의 경력을 존중한다면서도 결국 ‘아줌마’로 한정 지었다”며 역차별 논란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춘추항공 측은 공식 입장을 내고 “차별 의도는 없었다”며 “기혼 지원자를 구분하기 위한 명칭일 뿐, 업무·급여·승진 경로는 기존 승무원과 동일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항공 이모”라는 표현은 “1990년대 중국 항공업계가 섬유공장 해고 여성 노동자를 승무원으로 채용하면서 쓰이기 시작한 용어”라고 설명했다.
한 기혼 여성 승무원은 “우리는 신입 졸업자보다 강점이 있다. 육아와 노인 돌봄 경험이 있고, 팀 내에서 자연스럽게 언니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춘추항공은 ‘항공 이모’ 88명을 고용 중이며, 이 중 74%가 관리직으로 승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사는 고령 지원자에게 교육비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나, 기혼 남성 승무원 채용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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