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대화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 간 만남은 불발됐지만 김 위원장이 물밑에서 회동을 대비한 동향은 확인됐다고 밝혔다. 내년 3월 열리는 한미연합훈련이 북미 회담 개최 여부를 가를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박선원(더불어민주당), 이성권(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서울 청사에서 열린 국정원 국정감사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전했다.
양당 간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대비해둔 동향이 다양한 경로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미 행정부의 대북 실무진 성향을 분석한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북한의 핵 보유국 레토릭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조건부 대화를 시사한 최고인민회의 이후 핵무장에 대한 직접 발언을 자제하며 수위 조절을 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달 말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벨라루스 방문도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외무상의 해외 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중 진행되면서 북미 회담 가능성이 낮아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국정원은 “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을 막판까지 고심했던 게 포착됐다”며 “(북한이) 향후 조건이 갖춰지면 미국과의 접촉에 나설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국정원은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기저질환이 있다고 알려졌음에도 지방과 평양을 오가는 장시간 이동과 각종 행사를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으므로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선대를 뛰어넘는 통치 기반 구축을 위한 독자적 우상화 행보를 보인다”며 “모자이크 벽화를 설치한다든지, 배지를 만들든지 해서 독자적 우상화에 나서는 것이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 파병을 자신의 중요한 업적으로 부각하려는 움직임도 파악됐다. 이를 홍보하기 위한 전승박물관을 평양에 설립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공개 행보가 줄어든 데 대해서는 “김주애가 부각됨으로써 과도하게 후계 논의가 떠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김정은에 조명을 더 집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아울러 “북한군 건설 부대 5000여 명이 9월부터 러시아로 순차적으로 이동 중이며 인프라 복구에 동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밝혔다. 북한 파병군 1만여 명이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부근에 전진 배치돼 경비 임무를 수행 중이며 추가 파병된 공병 1000여 명은 지뢰 제거에 투입됐다는 설명이다.
이날 국감에서는 국정원의 자체 특별감사 결과도 보고됐다. 박 의원은 국정원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련성이 없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김 전 회장이 북한 측에 줬다고 하는 돈이 어디로, 누구에게 갔는지 불분명하고 도박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것이 국정원의 설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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