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중 형사재판을 중지하도록 하는 이른바 ‘대통령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다. ‘방탄 법안’이라는 비판 여론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대통령실이 정청래 지도부에 ‘경고장’을 날리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여권의 입법 추진 철회에도 국민의힘이 정치 쟁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이를 둘러싼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은) 헌법상 당연히 중지되는 것이니 입법이 필요하지 않다”며 “당의 사법 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재판중지법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 대통령의 생각도 같다”고 강조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해당 법안이 불필요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대통령실은 헌법상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중지되는 만큼 굳이 논란을 일으켜가며 현행법을 개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강 실장은 “헌법 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이 중지된다는 게 다수 헌법학자의 견해”라며 “만약 법원이 헌법에 위반해서 중단 선언을 뒤집으면 그때 위헌 심판 제기와 더불어 입법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입장을 민주당에도 전달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당 지도부 간담회를 통해 ‘국정안정법’ 추진을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말을 뒤집은 배경에 대해서는 “현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성과와 대국민 보고대회 등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하루 전만 해도 대통령이 재임 중 형사재판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판중지법’으로 통하던 해당 법안도 ‘국정안정법’으로 바꿔 부르기로 했었다. 민주당은 국정안정법을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해 이르면 이달 중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거세게 반발한 데다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는 자체 분석이 나오면서 금세 상황이 반전됐다. 대통령실이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넣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은 민주당이 충분한 협의 없이 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만 키웠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공세 수위를 높이며 반격 카드로 활용하는 양상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법(국정안정법)을 ‘이재명 유죄 자백법’ 또는 ‘헌법 파괴법’이라고 부르겠다”며 “민주당의 심각한 자기부정”이라고 질타했다. 장 대표는 “헌법 84조 해석만으로도 현직 대통령의 재판은 중단된다고 주장해온 것이 민주당인데 이제 와서 새로운 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자기들 주장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재판 재개 촉구에 대해 강요죄로 법적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민주당에 “국민들이 이렇게 답한다. ‘닥쳐 그거 내가 시킨 거야’”라고 거친 표현으로 응수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대장동 사태 재판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김만배 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을 언급하면서 “법원이 대장동 개발 비리가 성남시 수뇌부의 승인하에 이뤄졌다고 인정했다면 수뇌부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이라며 “가장 중한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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