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텔레그램 등을 통해 카카오톡 등 각종 계정과 대포통장을 사고파는 불법 거래에 나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용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불법 행위에 가담했다가 더 큰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뉴스1에 따르면, 이 같은 계정 거래는 텔레그램 등 익명성이 높은 메신저를 중심으로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1만9000명 이상이 참여한 한 텔레그램 채널에는 ‘카카오톡 인증 판매’ 등을 홍보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다른 채널에서는 카카오톡, 토스 커뮤니티, 당근마켓 등 다양한 플랫폼의 계정을 ‘상품’처럼 나열해 가격표를 붙여 거래했다. ‘카톡 구매방’으로 불리는 방에서는 미성년자 계정을 매입할 때 ‘-10000원’ 식의 조건이 붙었으며, 네이버 아이디를 사들이겠다는 게시물에는 ‘미성년자도 가능’이라는 문구와 함께 1만2000원 가격이 명시돼 있었다. 이렇게 거래된 계정 상당수는 사기 범죄에 악용된다.
지난 9월 경기북부경찰청이 검거한 피싱 사기 조직도 미성년자에게서 당근마켓과 카카오톡 계정을 사들여 범죄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검거된 42명 중 19명은 청소년이었다. 이들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 허위 매물을 올리고 “안전 결제를 위해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을 피싱 사이트로 유도, 돈을 가로챈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23년 강남 학원가에서 벌어진 ‘대치동 마약 음료 사건’에서도 유사한 수법이 쓰였다. 당시 피해 학생들의 부모에게 협박 메시지를 보낸 카카오톡 계정은 같은 해 부산경찰청이 적발한 ‘대포 카톡’ 유통 조직이 공급한 계정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범죄조직에 대포 계정을 팔아 22억 원을 챙겼다. 마약 음료 사건을 일으킨 일당 중 한 명은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 살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계정 양도나 판매는 범죄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명백한 불법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개인이 개설한 통신 계정을 타인에게 제공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이런 불법 계정 거래가 2차 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고 경고한다. 계정 판매가 대포통장 거래로 확장되고, 나아가 조직적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불법을 통해 손쉽게 돈을 버는 경험이 반복되면 정당한 노동에 대한 가치관이 흐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계정 판매로 시작했지만 더 큰 범죄에 손대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가정·교육 당국·경찰 모두의 감독이 소홀한 가운데 ‘제2의 캄보디아 사태’의 싹이 자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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