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위해 방한 일정을 연기할 가능성까지 시사했지만 회동이 실제로 이뤄질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대응하지 않고 있는 데다 ‘미국통’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해외 체류 일정이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과 겹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19년 판문점 회동도 불과 ‘32시간’ 만에 성사된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김정은도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면 나는 기꺼이 만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결정된다면 한국에 더 머무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생각 안 해봤는데 그럴 생각이 당연히 있다. 한국이 마지막 방문국이라 연기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29·30일 양일간 머물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위해 이를 연장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로 지칭하며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북한을 떠보는 동시에 북미 회담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관건은 북한의 태도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내비친 후부터 ‘수싸움’에 들어간 상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자력갱생의 위력을 더 높이 떨치자’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우리가 갈 길은 오직 자력자강의 한길”이라며 “(자력갱생은) 조건과 환경이 어떠하든 변함없이 틀어쥐고 나가야 할 우리의 발전과 번영의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대외적으로는 사회주의국가들과의 연대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북한 외교의 핵심인 최 외무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방문길에 오른 것도 동맹 강화의 일환이다. 앞서 두 번의 북미 회담에 모두 참석했던 최 외무상의 부재 자체가 미국과 당장 만나기 어렵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최 외무상은 28·29일 양일간 열리는 벨라루스 안보회의에도 참석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과 겹친다.
북미 간 샅바 싸움에서 ‘제3자’ 입장일 수밖에 없는 우리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이날 외신 간담회에서 “두 분(트럼프·김정은)이 만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또 “북미 만남에 꼭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고 (이재명)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부연했다. 한편 북한이 북미 회동 성사 시 회담 장소로 거론되는 판문점 북측 시설 청소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다만 통일부는 이러한 북한의 행동에 대해 “통상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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