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지휘자, 유명 오케스트라만의 전유물이었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청년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말러 도장 깨기’에 도전하고 있는 진솔(사진) 지휘자가 24일 서울 강남구 풍월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진솔은 2017년부터 청년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민간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말러리안’을 조직해 매년 한 편씩 말러의 교향곡을 무대에 올려왔다. 총 10곡의 말러 교향곡 중 지난 26일 여덟 번째 공연을 마치며 대장정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1987년생인 진솔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독일 만하임국립음대를 졸업한 뒤, 국내외 여러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경력을 쌓았다. 특히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연주하며 클래식의 외연을 확장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왔다.
진솔은 말러 전곡 연주 프로젝트에 대해 “잘 모르고 시작한 무모하고 맹랑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말러의 교향곡은 작품 자체도 난해할뿐더러, 연주자만 100여 명에 달하고 성악가·합창단·희귀한 악기까지 필요해 민간 오케스트라로서는 쉽지 않은 시도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3년간 공연이 ‘스톱’됐습니다. 그래도 프로젝트를 이어가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말러를 오마주한 소규모 공연 ‘말러 5.5회’를 열었어요. 포기하지 않고 고비를 넘긴 덕에 결국 공연을 이어갈 수 있었고, 음반까지 발매하게 됐습니다.”이달 발매된 진솔의 첫 말러 음반은 지난해 7월 롯데콘서트홀 실황을 담은 ‘말러 교향곡 3번’이다.
무엇보다 그는 말러를 사랑하는 자신과 동세대 청년들에게 연주 기회를 주고 싶어 포기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단원들은 자신이 조직한 아르티제 오케스트라 외에도 오디션을 통해 모집한다. 진솔은 “10~40대 연주자들이 주축”이라며 “청년들이 큰 교향곡을 연주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진솔은 자신을 ‘리틀 말러’라고도 했다. “매년 말러의 논문을 한 편 쓰는 것처럼 파고듭니다. 보면 볼수록 ‘이 사람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복합적인 인물이에요. 난해한 도전을 거듭하면서 저 자신도 음악적으로 많이 성장했습니다.” 그는 이어 “작곡가는 자신의 작품이 다양한 연주자들에게서 흥미롭게 다시 태어나길 바랄 겁니다. 말러도 이 프로젝트를 응원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말러 교향곡 프로젝트가 끝을 향해가면서 진솔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바로 ‘레퀴엠 시리즈’다. 그는 “죽음을 기리는 미사 음악이지만, 듣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갈등 속에 있고, 나도 아프고 사람들도 아프잖아요. 예술가로서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레퀴엠 프로젝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모차르트·베르디 등 고전 레퀴엠뿐 아니라 전 세계 작곡가들의 창작 레퀴엠을 위촉해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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