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주리대학교가 추진 중인 차세대 연구용 원자로(NextGen MURR) 사업이 한·미 과학기술 협력의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을 중심으로 한 한국 컨소시엄이 올해 4월 해당 사업의 초기 설계 파트너로 선정된 가운데, 향후 인공지능(AI)·디지털트윈 등으로 협력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전 세계 연구용 원자로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양국 기술 협력의 의미가 커지고 있다.
24일 제16회 해리트루먼 국제 컨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맷 샌포드 미주리대 연구용 원자로(MURR) 총책임자와 마이클 호엔 MURR 책임자는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차세대MURR 개발은 원자로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파트너십을 지속하는 것이 생태계를 위해 중요하다”며 “차세대 MURR 외에도 추후 한국 정부, 기업, 많은 관련 기관과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 협력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주리대가 1966년부터 운영한 대형 연구용 원자로 ‘MURR(University of Missouri Research Reactor)’은 미국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RI)의 60% 이상을 생산하는 중성자 과학과 신소재 연구의 핵심 인프라다. 특히 미주리대는 루테튬-177(Lu-177) 등 암 치료 핵심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미국 내 유일한 공급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60년 가까이 가동 되면서 설비 노후화가 진행됐고, 이에 따라 미주리대는 차세대 원자로 건설에 착수했다. 8~10년 일정으로 진행되는프로젝트는 올해 4월 한국 컨소시엄(원자력연·현대엔지니어링)이 국제 경쟁 입찰을 통해 ‘설계연구 단계(Design Studies Phase)’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화됐다. 계약은 특히 미국 에너지부(DOE)가 올해 초 한국을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로 지정한 이후에 성사돼 주목 받았다. 호엔 사업책임자는 “한국의 설계·시공 능력과 품질관리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협업 과정에서 보여준 전문성과 소통 능력을 기반으로 협업을 결정했다”며 “DOE의 민감국가 분류(Classification)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MURR은 기존보다 2배 이상의 의료용 RI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탠포드 총책임자는 “새로운 원자로는 한국의 하나로(HANARO) 등에서 얻은 기술적 교훈을 반영해 설계되고 있다”며 “새 원자로가 완공되면 암세포를 정밀 표적하는 맞춤형 치료용 동위원소 생산이 가능해져 더 많은 의료 연구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 의료용 RI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주요 연구로가 1960~70년대 건설돼 수명 한계에 달했고,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주요국이 차세대 연구용 원자로 건설 경쟁에 나서고 있다. 호엔 사업 책임자는 “차세대 MURR는 새 연구용 원자로의 글로벌 벤치마크 모델이 될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미주리대 측은 추후 원자로 개발 뿐만 아니라 AI와 디지털트윈 등 다양한 첨단 컴퓨팅 분야로 한국과의 협력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2026년부터는 예비설계(Preliminary Design) 및 인허가 절차에도 돌입한다. 호엔 사업책임자는 “다음 단계의 협력 범위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이며, 현재의 협력 관계가 유지된다면 한국 컨소시엄과의 파트너십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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