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 전환(AX)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AI 정부 구현의 핵심인 데이터 분석과 활용 역량은 전국 공공기관의 평균점을 가까스럽게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정책 수립과 AI 대전환을 새 정부의 경제 핵심 전략으로 내걸은 기재부조차 중앙부처 가운데 12위에 머물러 공무원 개인의 데이터 활용과 분석 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2024년 기관별 데이터 역량진단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기재부의 데이터 분석·활용 역량 점수가 58.4점으로 중앙행정기관 33곳 중 12위에 그쳤다.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 등 조직역량 점수는 61.2점으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정작 데이터를 분석·수집하고 분석 결과를 활용하는개인 역량은 54.1점으로 저조했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등 전체 351곳의 평균 점수인 57.1점과 비교하면 불과 1.3점 앞선 것이다.
데이터 역량진단 조사는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실시됐고, 행안부가 발주하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등 351개 기관을 대상으로 평가를 수행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이 6만 4857명이 참여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기재부뿐만 아니라 AI 행정 혁신을 주도하며 모범을 보여야 하는 중앙부처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중앙부처 평균은 56.3점으로 공기업 평균(63.2점)은 물론이고 광역자치단체 평균인 58.2점보다 낮았다. 국민 생활과 경제정책 최종 결정을 수행하는 중앙정부 부처가 데이터 혁신 경쟁에서도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중앙행정기관 중 데이터 활용 능력이 가장 우수한 부처는 국가데이터처(69.8점)였다. 이어 특허청(68.3점), 국세청(65.3점), 관세청(62.0점)이 뒤를 이으며 데이터 기반 행정 체계를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여성가족부는 48.4점으로 최근 신설된 재외동포청을 제외하고 꼴찌였고 국가보훈부(50.5점), 병무청(51.8점), 통일부(52.7점)도 하위권을 차지하며 데이터 행정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관 유형을 떠나 실무자가 공통적으로 약한 영역은 데이터 분석 역량이었다. 데이터 분석 점수는 46점대, 데이터 수집 점수는 52점대로 데이터 활용 성과 관리나 데이터 거버넌스 등에 비해 점수가 낮았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조직 차원에서 데이터 활용 전략은 유지, 개선되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수행하는 개인의 역량은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무자들에 대한 데이터 분석 교육과 실무 기술 향상이 더욱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보안 규정 때문에 실질적인 외부 AI 플랫폼이나 분석도구 사용이 어렵다는 부처의 불만이 큰 만큼 실무자들이 쉽게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분석 결과서의 결론이었다.
특히 2023년보다 2024년에 기관별 데이터 역량 점수가 57.7점에서 57.1점으로 0.6점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실무자에 대한 데이터 문해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 분석 교육, 실무형 분석훈련, 사례 공유 기반 커뮤니티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기존 방식의 문서 행정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기재부는 8월 경제정책방향에서 AI 정부를 공식화하고 모든 공공부문에서 AI를 확산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AI 확산의 핵심인 데이터 해석과 활용에 대한 실무자 역량이 뒷받침하지 않은 상태에서 AI 전환을 공공부문에 도입하려는 정부의 전략이 자칫 보여주기 정책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태호 의원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데이터 활용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관별 데이터 격차를 해소하고 AI 행정 추진에 걸맞는 인력 양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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