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사모 대출 부실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비우량 자동차 대출 업체가 파산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아직까지는 금융시장 전반을 뒤흔드는 시스템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 시간) 비우량 자동차 담보대출 업체 프리마렌드캐피털이 최근 미국 텍사스 북부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 절차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프리마렌드는 법원에 자산과 부채 규모가 모두 5억 달러(약 7100억 원)보다 적다고 적어 냈다. 텍사스주에 본사를 둔 프리마렌드는 일명 ‘그 자리에서 사서, 그 자리에서 갚는(Buy Here Pay Here)’ 서비스로 알려진 저신용자 대상 자동차 대출 업체다. 그간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을 상대로 차를 팔면서 고금리 대출을 병행하는 자동차 판매 업체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다가 저소득층 미국인들의 할부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이자도 못 갚는 처지로 전락했다.
미국 사모 대출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시중은행들이 대출 장벽을 높인 까닭에 급격하게 성장했다. 특히 은행에 비해 대출금리가 다소 높지만 더 빠르고 유연하게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결과적으로 과잉 신용이 누적된 것이 부메랑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주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올 4월 이후 처음으로 자금 순유출(약 5억 1600만 달러)이 발생했다. CLO는 기업 대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일종이다. 앞서 프리마렌드와 비슷한 사업을 펼치던 트라이컬러도 지난달 초 파산보호를 신청해 월가를 충격에 빠트렸다. 트라이컬러가 발행한 ABS 가운데 일부는 파산 직전까지도 ‘AAA’ 등급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파산으로 JP모건과 지역 은행인 피프스서드뱅코프가 각각 1억 7000만 달러, 1억 7000만~2억 달러 규모의 손해를 봤다. 지난달 말에는 오일필터·와이퍼 등을 제조하는 자동차 부품 대기업 퍼스트브랜즈가 60억 달러 이상에 달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본사를 둔 지역 은행 자이언스뱅코프는 이달 16일 완전 자회사 캘리포니아뱅크앤드트러스트의 대출 가운데 5000만 달러가 회계상 손실로 처리됐다고 밝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또 다른 지역 은행인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WAB)도 사모투자회사인 캔터그룹에 대한 선순위 담보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사모 대출 시장 부실 사례가 끊이지 않자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의 공포를 넘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재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광범위한 금융위기를 촉발할 만한 전이 현상은 보이지 않는다”고 낙관했지만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너무 작아서 시스템적인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지적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달 14일 “바퀴벌레가 한 마리 나타났다면 아마도 더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산 담보대출 전문 자문사인 애셋베이스드렌딩컨설턴츠의 도널드 클라크 대표는 이날 “방심하지 말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며 “몇 달 뒤 연체 물결이 몰려온 다음에 확인하면 늦기에 매달 차입자들의 재무제표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프리마렌드 파산 신청을 두고 “금값 급락, 가상화폐 가격 조정 등 단기 유동성 흐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담보부 익일물 자금 조달 금리인 미국 무위험지표금리(SOFR)의 변동성이 최근 높아진 것도 단기자금 시장의 일시적 불안을 반영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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