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트럼프 스톡커] 메모리 초호황에 틱톡 인수, AI 투자 '우왕좌왕'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마이크론 '깜짝 실적' 훈풍…'거품론' 나스닥 반등

내년 전망치 더 좋아…일반 메모리·HBM 선순환

삼성·SK하닉은 반사이익은 無…주가 인식 차이

오라클의 美틱톡 인수, 엔비디아 中수출 검토 등

예견된 소식에도 '초민감'…연말 투심 '오락가락'

쇼우 츄 틱톡 최고경영자(CEO). 1983년생 싱가포르 출신 경영인인 츄 CEO는 지난 2023년 3월 미국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청문회에서 틱톡이 중국에 개인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는 지적을 잇따라 받았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달 18일 회사 직원들에게 메모를 보내고 바이트댄스가 오라클 등과 미국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뉴욕 증시의 인공지능(AI) 관련주 주가가 뉴스 하나하나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며 하루하루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월가에서 제기한 ‘거품론’의 실체와 규모가 불분명한 탓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오라클과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실적에 대한 실망으로 내리막을 걷던 AI 관련주들은 미국 메모리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의 호실적과 중국계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 완료 소식에 다시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마이크론 만큼 실적이 나아지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고점 부담만 안은 채 쉽게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새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적어도 연말까지는 AI 거품론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증시 변동성을 계속 키울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 ‘어닝 서프라이즈’ 훈풍…쓰러지던 나스닥 일으켜 세워




지난 17일 뉴욕 증시에서 하루 만에 1.81%나 급락했던 나스닥종합지수는 18일 다시 주가를 1.38%나 회복했다. 17일에는 오라클의 투자 협력사인 블루아울 캐피털이 미국 미시간주 설린 타운십에 건설하는 1GW(기가와트)급 오픈AI 전용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AI 거품론을 다시 부추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오라클은 10일 장 마감 뒤에도 2026 회계연도 2분기(9~11월) 자본지출이 1분기 85억 달러보다 35억 달러 급증한 약 12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해 11일 증시 하락을 이끈 바 있다. 11일에는 브로드컴이 장 마감 뒤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AI 제품 판매로 전체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혀 12일 기술주 주가를 일제히 떨어뜨렸다.

주저앉던 나스닥을 18일 다시 일으킨 기업은 마이크론이었다. 마이크론은 17일 장 마감 뒤 2026 회계연도 1분기(9월~11월) 실적을 발표하고 이 기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급증한 136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메모리반도체 호황기를 감안해 월가에서 낙관적으로 잡았던 예상치 130억 달러조차 뛰어넘는 성적이었다. 특정 항목을 제외한 주당순이익(EPS)도 4.78달러로 집계돼 전망치 3.95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마이크론은 나아가 2분기 매출 전망치를 이보다 더 좋은 183억~191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 역시 시장 예상치인 144억 달러를 크게 넘어서는 수치였다. EPS도 8.22~8.62달러로 전망돼 기존 예상치인 4.71달러를 2배 정도 상회했다. 마이크론은 HBM 시장 규모가 2028년까지 연평균 40%씩 성장해 100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론은 올 하반기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설비 투자도 단행한다고 예고했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AI 수요 증가에 발맞춰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크게 늘리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HBM에 집중된 설비 투자의 여파로 PC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범용 메모리반도체까지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쌍끌이 호재’를 맞이했다. 일반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상승으로 현금 창출 능력을 높이면서 HBM 투자를 통해 중장기적 수익성까지 선점하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설명회에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비롯해 내년 전체 HBM 공급 물량에 대한 계약을 완료했다”며 “우리는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시기에 있고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17일 실적 발표 직후 마이크론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7%가량 치솟았다. 18일 정규장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10.21%나 상승했다. 이날은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 다른 AI 반도체 관련주들도 마이크론 효과에 모조리 1% 이상 오름세를 보였다. 마이크론은 19일에도 6.99%나 강세를 나타냈다.

같이 잘 나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반사이익 못 누려…주가 인식, 환율 차이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월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마이크론의 호실적은 사업 구조가 유사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에도 당연히 훈풍이 될 줄 알았다. HBM과 범용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 4분기 실적도 사상 최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14조 원대에서 16조 원 가까이로 올려 잡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는 3분기부터 마이크론을 제치고 전 세계 HBM 시장 2위 기업으로 다시 올라선 덕분에 기대를 더 키웠다. 19일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매출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은 22%를 기록했다. 이는 57%를 점유한 SK하이닉스에 이은 2위 기록이다. 마이크론은 21%로 올 들어 처음으로 삼성전자에 밀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까지만 해도 HBM 시장의 40%를 점유하며 SK하이닉스(51%)에 이어 2위를 달리다가 올 1분기부터 마이크론에 역전당했다. 삼성전자의 올 1·2분기 점유율은 각각 13%, 15%였고 마이크론은 18%, 21%였다. 3분기 전체 D램 시장 점유율도 SK하이닉스 34%, 삼성전자 33%, 마이크론 26% 순이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상반기 중국 수출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은 삼성전자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덕분에 점유율이 소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조되는 실적 기대와 달리 두 회사의 주가는 마이크론과 반대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18일과 19일 연이틀 하락하며 마이크론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SK하이닉스의 주가도 18일에만 살짝 올랐다가 19일 다시 내려 17일보다 더 싼 가격이 됐다.

두 회사의 주가는 마이크론의 실적 개선보다 오라클의 악재에 외려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마이크론과 달리 호전된 실적을 아직 발표하지 않은 데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호황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인식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1480원까지 넘어선 원·달러 환율 등도 주가에 부담을 줬다. 시장 일각에서는 피크 아웃(업황 정점) 우려도 나왔으나, 이는 마이크론의 주가 상승은 설명하지 못하는 변인이다. 국내 시가총액 1·2위 기업이 뛰지 못하자 코스피지수도 4000선 안팎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AI의 성장성과 거품론을 두고 명확한 가치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정 AI 관련 기업의 소식에 기술주 전반이 요동치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방향성까지 엇갈리는 셈이다.

오라클의 미국 틱톡 사업 인수, 트럼프의 엔비디아 칩 중국 수출 검토 등 예견된 뉴스에도 요동…AI주 투심 따라 변동성 커질 듯




뉴욕 증시는 19일 오라클이 틱톡 모회사 중국 바이트댄스의 미국 합작법인에 참여한다는,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소식에도 크게 흔들렸다. 이날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쇼우 츄 틱톡 CEO는 18일 회사 직원들에게 메모를 보내고 바이트댄스가 미국 내 사업권을 넘기기 위해 오라클, 실버레이크, MGX와 구속력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거래 완료일은 내년 1월 22일이다. 실버레이크는 기술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미국의 사모펀드 운용사이고, MGX는 아부다비 국부펀드와 아랍에미리트(UAE) 기술 기업 G42가 지난해 설립한 투자사다.

외신에 따르면 오라클 등이 포함된 투자자 컨소시엄은 새 합작법인 지분의 총 50%를 갖는다. 세부적으로는 오라클, 실버레이크, MGX 등 3곳이 지분 15%씩 총 45%를 취득한다. 바이트댄스는 19.9% 지분을 보유하고, 이 회사의 특정 투자사 계열사들이 나머지 30.1%를 갖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새 합작회사는 투자사인 오라클의 전산 기반을 쓴다.

앞서 지난해 4월 미국 의회는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이른바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틱톡금지법은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자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사업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애초 매각 시한은 올 1월 19일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미중 무역 협상 의제로 삼으면서 수차례 연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틱톡으로 젊은층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만큼 서비스는 살리되 사업권만 미국 기업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했다. 미국과 중국이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인수 기업이 오라클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지난 9월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아주 새로운 소식이 아님에도 오라클의 주가는 이날 6.63%나 급등했다.

이날은 엔비디아도 미국 정부가 고사양 AI 칩 ‘H200’의 대(對)중국 수출을 검토하는 절차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3.93%나 뛰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과 CNBC는 18일 미국 상무부가 H200 칩 수출 허가 신청서를 국무부, 에너지부, 국방부에 전달하고 검토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규정에 따르면 이들 부처는 30일 이내에 의견을 내야 한다. H200은 미국이 기존에 중국 수출을 허용했던 ‘H20’보다는 성능이 압도적으로 우월하고, 최첨단 칩인 ‘블랙웰’보다는 사양이 낮은 제품이다.

H200의 대중국 수출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이달 8일에 허락한 사안이다. 상무부의 조치는 대통령 지시에 따른 후속 행정 절차일 뿐이다. 정작 H200 수출에 문제가 되는 지점은 미국 연방정부의 행정 절차가 아니라 중국 당국의 수입 거부와 미 의회의 초당적 반대다. 이날 오라클과 엔비디아에 대한 월가의 예민한 반응에 전체 나스닥지수도 1.31%나 올랐다.

연말을 앞두고 미국 증시에 특별한 재료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당분간은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월가가 작은 소식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탓에 국내 증시까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나스닥지수는 최근 연이틀 1.3% 이상 상승하고도 12월 수익률이 여전히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다. AI에 관한 불안한 투자 심리가 ‘산타 랠리(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주가 지수가 상승하는 현상)’를 짓누르는 형국이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