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들이 더 이상 단순한 투자자에 머물지 않고 직접 펀드를 만들고 운용자로 나서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제이슨 팡 소라벤처스 대표는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인물이다. 자산은 맡기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는 게 그의 투자 철학이다.
소라벤처스는 최근 2년간 비트코인을 주요 자산으로 보유한 상장사, 이른바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직접적인 코인 투자 대신 상장기업의 지분을 확보해 기관과 개인이 주식 형태로 비트코인에 간접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팡 대표는 23일 “소라벤처스는 단순히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밴처캐피털(VC)이 아니라 직접 자산을 운용하고 구조를 짜는 투자 운용사”라고 강조했다.
팡 대표는 지난해 일본 상장사 메타플래닛에 투자해 비트코인 제도권 진입의 모델을 만들었고 올해는 한국의 비트플래닛을 자신의 투자회사인 아시아스트래티지를 통해 인수하며 활동 무대를 넓혔다. 그는 “한국 시장은 규제가 많지만 성장 잠재력이 크다”면서 “아시아 전역을 연결하는 비트코인 상장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운용 방식은 ‘공동 오너십’이다. 투자에 그치지 않고 최고경영자(CEO) 영입과 상장까지 직접 관여한다. 현재 나스닥·코스닥·홍콩·도쿄 등 주요 시장의 5개 이상 상장사 회장을 겸하고 있으며 아시아 각국을 하나의 비트코인 생태계로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는 올해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 펀드를 공식화했다. “10억 달러는 시작일 뿐”이라며 “향후 50억 달러, 200억 달러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팡 대표는 펀드의 운용 담당자(GP)이자 최대 출자자(LP)로 자신의 자금과 글로벌 기관 자금을 함께 운용한다.
팡 대표는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크지만 구조를 잘 설계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전환사채(CB) 방식을 도입해 주가가 상승할 때는 수익을 공유하고 하락 시에는 손실을 제한하는 투자 모델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 같은 구조 덕분에 기관투자가들도 비트코인 시장에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팡 대표는 2015년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 수천억 원대 자산을 일군 인물이다. 블록체인 산업 초창기부터 활동했으며 이더리움 공동창립자 비탈릭 부테린이 초기 파트너로 참여했던 중국 블록체인 전문 VC 펜부시캐피털에서 첫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2017년 독립, 소라벤처스를 설립했다. 팡 대표는 “펜부시캐피털 재직 당시에는 단순히 투자에 참여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펀드 구조를 직접 설계하며 자산을 운용하는 단계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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