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캄보디아에서 국내 보이스피싱 조직원 수십 명이 송환돼 전원 구속된 가운데, 한국 법원이 이와 유사한 ‘해외 유인형 감금 사건’에 대해 중형을 선고했다.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사기 거부자에 대한 보복성 인신유인’으로 본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강화 중인 국외 조직 연계형 보이스피싱 척결 기조와 맥을 같이하는 판단으로 평가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엄기표 부장판사)는 22일 사기 범행 제안을 거부한 지인을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겨 감금시킨 혐의(국외이송유인·공동감금 등)로 기소된 주범 신모(29)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9년보다 무거운 형량이다.
재판부는 “신씨는 다른 공범들을 위협해 피해자를 해외로 이송하고 감금하게 했음에도, 범행을 전면 부인하며 반성문조차 제출하지 않았다”며 “인간의 존엄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범죄”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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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기소된 공범 박모씨와 김모씨에게도 각각 징역 5년, 3년6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신씨의 위협이 있었다 해도 피해자에게 고통을 전가한 책임이 크다”며 “자발적 가담은 아니지만 실형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씨 일당은 지인 A씨가 사기 범행 제안을 거절하자, “캄보디아 관광사업 계약을 도와달라”며 속여 비행기에 태운 뒤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캄보디아와 베트남 국경 인근 범죄단지에 20여일간 감금돼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긴 채 계좌가 범행에 이용됐다. 조직원들은 A씨의 계좌가 지급 정지되자 대포계좌 명의자 고문 영상을 보여주며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A씨는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의 개입으로 구조돼 귀국했다. 범죄단지는 외부 출입이 통제되고 2∼3m 높이의 담장이 둘러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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