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이 발표한 전문직 비자 수수료 인상이 미국 영토 밖의 해외 거주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만 적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 시간)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이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수수료 10만 달러(약 1억 4300만 원)의 적용 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H-1B 비자 수수료를 기존의 100배인 10만 달러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뒤 나온 상세 지침이다. 발표 후 각국 기업은 물론 미국 이민 희망자들 사이에서 1억 4000만 원이 넘는 수수료를 부담할 대상에 관심이 집중됐다.
공고에 따르면 H-1B 비자 신청에 대한 10만달러 납부는 지난달 21일 미 동부 시간 0시 1분 이후에 제출된 비자 신청 건 가운데 미국 밖 지역에 있으면서 유효한 H-1B 비자를 소지하지 않은 건에 대해 적용된다. 또 같은 시간 이후 제출된 H-1B 신청서가 비자 자격 변경이나 체류 연장을 요청했으나 USCIS가 해당 외국인이 부적격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도 수수료 10만 달러를 내야 한다.
H-1B 신청을 위해 수수료를 내야 하는 외국인은 미 연방정부 결제 사이트를 통해 납부할 수 있으며, 신청서 제출 전에 수수료 납부가 완료돼야 한다. 10만 달러를 지불했다는 납부 증명서나 예외 인정 서류 없이 제출된 H-1B 비자 신청서는 거부된다.
이번 공고를 통해 미국 내 고용주들이 기존 유학생 등 이미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직원 등에 대해서는 10만 달러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의 테크 대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대학 졸업 후 단기 취업 비자를 받아 이미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H-1B 비자를 신청한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H-1B 비자 신청자 14만 1000명 중 약 54%가 이미 미국에 체류 중이던 이민자들에게 발급됐다. 상세 지침을 적용하면 H-1B 비자 신청자 중 절반 이상에게는 10만 달러 수수료가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H-1B 비자 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에서 10만 달러로 올리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 직종을 위한 비자다. 외국인 전문가들을 다수 고용한 미국 기술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자 미국 상공회의소는 지난 16일 트럼프 행정부의 H-1B 수수료를 100배 인상한 것이 "이민법 조항에 어긋나 위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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