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를 제출한 지 3시간 만에 철회 의사를 밝힌 직원이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제기한 부당해고 소송에서 패소했다. 해당 직원은 “심신미약 상태에서 제출한 사직서라 의사표시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고 사직서가 수리된 이상 회사 동의 없이는 철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11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B협동조합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C지점으로 발령받았다. 그는 인사발령 직후 심신단련 휴가 등을 사용한 뒤 같은 해 2월 13일 C지점으로 출근했다. 사건은 A씨가 출근 20분 만에 C지점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발생했다. A씨는 개인 사정을 이유로 사직서를 냈고, 해당 사직서는 C지점장을 거쳐 본사에 전달된 후 당일 수리됐다. B협동조합 인사담당자는 다음날 퇴직 결재를 받고, 16일 A씨에게 전화로 퇴직처리 사실을 통보했다.
이후 A씨는 “조합장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부당 전보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다”며 사직 의사를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사직 의사가 없었는데 회사가 이를 무시하고 해고했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경남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는 모두 “사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이지 해고가 아니다”라며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A씨가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직서가 제출 당일 즉시 수리된 이상, 사직철회는 회사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점심 무렵 사직 의사를 철회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A씨와 인사담당자, 지점장 간 통화나 메시지 내용에서도 철회 의사를 표시한 흔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씨는 사직서뿐 아니라 비밀유지 서약서, 무사고 확인서 등을 모두 자필로 작성했고, 지점장이 사직서 제출 전 '후회 안하겠냐'는 식으로 만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적 압박 상태에서 제출한 사직서가 ‘비진의 의사표시’로 효력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직서 제출 당시 A씨가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의학적·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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