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이 휴대전화 절도의 ‘성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런던에서 도난 신고된 휴대전화는 약 8만 대로, 2023년의 6만4000대보다 크게 증가했다.
최근 런던 내 전체 범죄 발생 건수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휴대전화 절도 사건만은 예외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런던 내 절도 사건의 약 70%가 휴대전화 관련 범죄로, 절도 유형 중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경찰 예산 삭감으로 인한 인력 부족과 경범죄 수사 축소, 그리고 2018년 이후 급증한 전기자전거의 빠른 도주 수단화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런던 거리의 절도범들은 복면과 모자를 착용하고 행인 손에 들린 휴대전화를 낚아챈 뒤 전기자전거를 타고 순식간에 달아나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의 절도가 늘면서 런던은 유럽 내 범죄의 중심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휴대전화 절도 행각이 단순한 길거리 도둑 수준을 넘어 조직적인 산업형 범죄에 가깝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휴대전화를 도둑맞은 한 여성이 ‘내 아이폰 찾기’ 기능을 활용해 자신의 휴대전화를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런던 히스로 공항 인근 창고에 1000여 대의 아이폰이 밀반입돼 있는 사실을 발견하며 대규모 수사가 시작된 바 있다.
이후 런던 경찰청은 마약·총기 전문 수사팀까지 투입해 수사 강도를 높였고, 결국 훔친 휴대전화 약 4만 대를 중국으로 밀수출한 혐의로 30대 남성 2명이 붙잡혔다.
조사 결과 훔친 휴대전화들은 주로 중국과 알제리로 흘러들어갔으며, 특히 중국에서는 최신 아이폰이 무려 5000달러(한화 약 700만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에게선 중국 내 주요 통신사들이 국제 블랙리스트 시스템에 가입하지 않아 도난 휴대전화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스 라이트 옥스퍼드대 교수는 이애 대해 "영국에서 차단된 도난폰을 중국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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