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재개발 추진 지역의 연립 다세대, 단독·다가구와 역세권의 오피스텔, 경매 등이 규제를 피한 물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 투자가 가능한 만큼 지방의 현금 부자를 비롯해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이들 사이에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 연립·다세대 주택, 단독·다가구 주택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에 따른 실거주 의무 적용을 받지 않는다. 다만 성수동 재건축단지,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단지, 한남더힐과 같이 단지 내 아파트가 1개 동 이상 포함된 단지는 예외다. 덩달아 오피스텔 등 비주택의 경우 담보인정비율(LTV) 역시 70%로 유지된다.
결국 이들 주택은 전세를 낀 갭투자가 여전히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거주가 어려운 지방의 현금 부자들에게 재개발이 유력한 구역의 빌라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신통기획구역으로 확정된 곳이 아닌 빌라들은 토허구역 적용대상이 아니다”라며 “대책이 발표된 어제 이후 갭투자가 가능한지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기축 소형주택을 2027년 12월까지 구입해 등록임대주택으로 등록(매입 임대)하는 경우 주택 수 산정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특례도 있다. 지난해 8월 8일 발표한 부동산 공급 대책에 따르면 1주택자가 소형주택을 구입해 6년 단기임대 등록하면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받는다. 2024년 1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구입 및 임대 등록한 전용 60㎡ 이하 수도권 6억 원·지방 3억 원(취득가격) 이하 다가구 주택, 연립·다세대, 도시형 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이 대상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강화한다고 예고한 만큼 틈새시장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 거래가 막힌 상황에서 재개발 지역 빌라가 이번 부동산대책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이들 지역을 위한 특례가 살아있는 만큼 매수 유인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오피스텔도 토허구역 대상에서 제외돼 갭투자가 가능하다. 애초 오피스텔은 전세가가 매매가격의 80% 수준인 만큼 LTV 대출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역세권을 중심으로 오피스텔 가격이 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오피스텔 가격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가격은 2분기 0.00%에서 3분기 0.11%로 상승 전환했다. 실제로 지난달 15일 서울 양천구 현대하이페리온 오피스텔 전용 102.36㎡가 신고가인 21억 90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서울에서 아파트와 함께 오피스텔 공급도 감소하고 있어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지난해 5800실에서 올해는 3797실, 내년엔 1417실로 감소할 예정이다.
경매 낙찰 물건 역시 실거주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 만큼 투자 수요가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월 토허구역이 재지정됐을 당시에도 경매시장은 틈새시장으로 주목받았다. 재지정 직후 강남 3구와 용산구의 낙찰가율이 급등했고,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 사례도 잇따랐다. 지난달 경매 평균 낙찰가율도 사실상 감정가 수준인 99.5%를 기록했으며 올 들어 9월까지 매각된 서울 아파트 중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간 물건이 263건이나 나왔다. 특히 이미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강남 3구에서는 79건의 물건이 감정가보다 높게 거래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아파트가 꼽힌다. 전용 107㎡(1층)의 감정가는 34억 원이었지만, 15명이 응찰하면서 낙찰가는 52억 원 수준에 형성됐다. 낙찰가율은 153%로 현재 시장 실거래가인 54억 원과 비슷한 수준에 매각이 이뤄졌다. 150%를 넘는 낙찰가율은 지난해 한 건도 없었다.
이주헌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성동, 분당, 마포 등 기존에도 낙찰가율이 높았던 인기 지역은 낙찰가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실거주가 필요 없는 만큼 지방 부자들에게 매력적인 물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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