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통가 추석 선물세트 판매에서 편의점이 가장 큰 특수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속 극가성비 선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소비쿠폰 효과가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백화점 역시 긴 연휴로 프리미엄 선물세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대비 20% 가까이 매출이 증가했다. 반면 대형마트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6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 말부터 추석 연휴 직전인 10월 초까지 약 한 달간 각 업체들이 판매한 추석 선물세트 매출 증가율을 집계한 결과 편의점, 백화점, 대형마트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GS25가 8월 29일부터 10월 5일까지 판매한 추석선물세트 매출이 전년 대비 29.2% 증가해 가장 높았다. CU 26.2%, 세븐일레븐 20.0% 등 나머지 편의점 업체들도 20%대 매출 증가율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10%대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것에 비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백화점 업계도 롯데백화점이 20.0% 증가하는 등 두 자릿수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반면 대형마트는 이마트가 전년 대비 3% 소폭 증가했을 뿐 롯데마트는 전년 수준에 그쳤고, 홈플러스는 5% 이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 채널별로 희비가 갈린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경기 둔화로 소비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면서 프리미엄과 극가성비로 대표되는 백화점과 편의점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실제로 대표적인 백화점 프리미엄 한우세트는 불티나게 팔렸다. 현대백화점이 판매한 50만~100만 원대 프리미엄 한우세트는 조기 완판됐다. 신세계백화점 자체 브랜드 ‘신세계 암소 한우’는 20만~40만 원대 상품을 중심으로 지난 추석 대비 매출이 2배 증가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연휴가 예년보다 길어 고향 방문 대신 여행을 택하는 사람들이 미안한 마음에 평소보다 값비싼 선물을 찾는 수요가 높았다”고 전했다.
주류와 디저트 등 이색 선물도 인기를 끌었다. 롯데백화점이 배우 김희선과 협업한 와인 ‘벨레 그로스 발라드’는 1200병이 완판됐다. 신세계백화점이 첫 출시한 ‘HOS 삼색송편세트’와 ‘HOS 한과 모듬세트’는 단체 문의가 몰리며 급하게 추가 주문에 들어가기도 했다.
편의점 매출이 급증한 배경에는 가성비와 높은 접근성, 소비쿠폰이 있다. 편의점들은 3만~10만 원대 실속 선물세트 위주로 상품을 구성하는 한편, 모바일 주문을 통한 프로모션을 강화했다. CU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포켓CU’ 홈배송을 통한 추석 선물세트 매출액은 전년 대비 83.8% 증가했다. 특히 고물가 상황을 반영한 +1 행사 상품에 대한 온라인 매출은 같은 기간 무려 108.5% 급증했다. 7월부터 두 차례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편의점에서 명절선물을 구매하려는 수요도 높았다는 설명이다.
반면 대형마트는 소비쿠폰 사용처에서도 제외되고 프리미엄과 극가성비 수요를 모두 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홈플러스는 자금난으로 상품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전체 유통업체 중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시장이 온라인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대형마트는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고가의 선물세트는 백화점, 접근성과 가성비가 좋은 선물은 편의점에서 고르는 상황에서 마트는 고객들이 찾아올 새로운 이유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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