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을 통한 ‘생산적 금융’ 전환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증권업계의 모험자본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금융 당국은 이를 추진하되 시장 안정성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증권업계 역할 및 성장전략’ 세미나에서 “증권업이 모험자본을 중개하는 생산적 금융의 핵심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벤처기업은 장기 연구개발(R&D) 투자 수요, 무형자산 중심의 사업 구조, 수익화 지연 등 특성상 은행 대출 등 간접금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증권사는 지분·메자닌·채권·파생 등 기업 성장단계별 맞춤형 자본 구조를 설계하고, 리서치 기반 평가 역량으로 다양한 자금조달을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 역동성 둔화와 가계 자산의 부동산 편중, 주식시장 저평가 지속으로 생산적 투자 유인이 약화됐다”며 “국가 성장 동력을 회복하려면 첨단기술·벤처기업에 대한 장기 모험자본 공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한 정책 과제로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인가·지정 확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참여 기반 마련 △신기술사업금융업 허용 재개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 활성화 △세제 지원 강화 등을 제시했다. 현재 초대형 투자은행(IB) 5개사가 발행어음 인가를, 자기자본 8조 원 이상 3개사가 IMA 지정을 신청한 상황인데, 이들에 대한 인가가 이뤄진다면 50조 원 이상의 모험자본 투자가 가능하며, 20조 원 이상의 신규 자금이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발표로 참여한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은 “한국 산업은 이미 인공지능(AI)·바이오·첨단소재 중심으로 옮겨갔지만 금융 구조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심의 기업금융(IB)에서 벗어나, 그로스 PE(소수지분 투자, Growth PE)와 메자닌 PD(사모대출) 등 혁신기업 단계별 투자 방식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사장은 “약 800만 개의 중소기업과 4만 개의 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중소형 증권사가 중소·벤처 기업금융에 특화될 수 있도록 NCR(영업용순자본비율) 완화, 기업공개(IPO) 주관 부담 경감, 전용 펀드 참여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금융 당국은 금융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전성을 균형감 있게 고려해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종합투자금융사의 자기자본 요건(2년 연속 유지) 완화 요구에 대해 “발행어음이 1년 만기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손실 흡수 능력이 없는 증권사가 이를 모험자본으로 운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선을 그었다.
아울러 고 과장은 모험자본이 선순환하기 위해서는 회수(Exit) 시장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현재 IPO 중심의 회수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비상장 주식 거래소 제도화와 K-OTC 내 상장폐지기업 전용 거래시장 신설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현재 바이오 기업에 한해 정성적 평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AI·반도체 등 전략산업 기업에도 정성 평가 기준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한국거래소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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