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동물병원 비용이 치솟으면서 치료를 포기하고 안락사시키거나, 연인과의 결혼 계획을 미루는 사태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 이에 당국은 병원비를 사전에 공표하고 처방전 가격 상한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5일(현지시간) 수의사들과 동물보호단체를 인용해 보도한 BBC 방송에 따르면, 늘어나는 동물병원 비용에 치료를 포기하고 동물을 안락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의사인 내털리 모리스 웹은 이 방송에 "우리가 반려동물을 무척 사랑하긴 하지만 결국엔 사치재다. 비용이 저렴하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동물을 키우려면 보험부터 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려견 치료 비용으로 1만2000파운드(약 2200만원)를 청구받고 결혼식 계획을 보류한 니콜(26)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니콜은 산책 중 씨앗을 잘못 먹고 감염된 반려견을 병원에 데려갔을 때 "안락사시키거나 응급 수술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결혼식 자금을 끌어다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동물보험을 바꾸려고 알아보던 때여서 보험료도 받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동물병원 비용 상승과 관련, 소비자에 정보 제공 확대, 처방전 가격 상한 도입, 웹사이트를 통한 가격 비교 등 21개 잠정 조치를 발표하고 각계 협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CMA의 사전 조사 결과 2016∼2023년 평균 동물 치료비용은 63% 올라 평균 물가상승률의 배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 동물병원이 아닌 기업형 병원의 치료비용이 평균 16.6%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수의학 서비스 시장 규모는 63억 파운드(12조원)에 달한다.
CMA는 기업형 수의약 업계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병원에서 흔히 처방받는 약이 온라인의 2배 가격에 육박하거나 치료비가 수백∼수천 파운드(수십∼수백만원)에 달하는데도 견적서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CMA가 이날 추진을 발표한 조치에는 기업형 동물병원에 포괄적 가격 목록을 공표하고 체인점인지 개인 병원인지 공지하도록 했다. 온라인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약을 살 수 있다면 소비자에게 이를 알려야 할 의무도 주어진다. 소비자가 치료 옵션을 알고 비교하기 쉽도록 서면 견적서를 제시해야 한다.
업계 협의 후 최종 결정은 내년 3월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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