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등 비만치료제가 비만과 관련 없는 치료기관에서도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무분별한 처방이 비만치료제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14일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가 정신건강의학과(2453건), 산부인과(2247건), 비뇨기과(1010건), 안과(864건), 치과(586건), 진단방사선과·영상의학과(104건) 등 비만치료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진료과목 의료기관에도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고비 복용 후 부작용을 겪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과잉 처방이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위고비 투약 후 급성췌장염을 겪은 환자는 151명이었으며, 담석증 560명, 담낭염 143명, 급성신부전 63명 등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는 총 961명에 달했다.
특히 투약이 금지된 어린이나 임산부에게도 처방이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 처방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만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69건, 임신부에게 194건 이루어졌다. 전문의약품인 위고비는 만 18세 미만 청소년, 임산부, 수유부, 고령층(65세 이상)에게는 투여가 금지돼 있다.
또 다른 비만치료제 ‘삭센다’ 역시 2021년 한 해 동안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67건, 임신부에게 179건이 처방된 것으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마운자로는 최근 출시돼 기본적인 통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원칙 없는 처방과 투약 남용으로 국민의 건강의 사각지대만 넓어지고 있다”며 “보건복지부는 비만 치료 주사제 안전 처방기준을 만들고 의료현장에 대한 점검과 조사를 통해 환자 안전을 위한 행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비만치료제 시장은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의원·약국 기준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71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8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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