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자 골프계엔 ‘미소천사’ 계보가 있다. 뛰어난 기량과 함께 코스 안팎에서 보여주는 기분 좋은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인 선수들이다. 허윤경도 빼놓을 수 없는 미소천사다. 장타자인데 아이언과 퍼트까지 좋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3승을 올렸고 선한 인상에 늘 웃는 얼굴로 인기를 끌었다.
어느덧 은퇴한 지 5년. 허윤경은 어엿한 골프 사업가로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가는 한편 세 아이의 엄마로도 ‘분투’ 중이다. 솔라고그룹 총괄상무인 그는 은퇴가 5년 지났고 내년이면 결혼 10년이라고 얘기하자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은퇴한 그날, 그러니까 마지막 라운드 날은 아직도 생생해요. 결혼 10년을 돌아보면 셋째 아이 출산이 가장 기억에 남고요.” 골프 선수로만 살다가 아내로서, 엄마로서 역할을 하는 동시에 회사에 무거운 직책도 갖고 있어 한동안은 부담감이 컸다고 한다. 아홉 살, 일곱 살, 두 살 이렇게 아들만 셋인 허윤경은 “징글징글하다”면서도 “막내가 너무 귀여운 나이”라며 밝게 웃었다.
허윤경은 한창 투어에서 활약하던 2016년 10월에 박경재 솔라고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상현씨와 결혼했다. 결혼식과 웨딩 촬영도 충남 태안 솔라고CC에서 했다. 그해 개장한 골프장이어서 결혼식이 곧 골프장 홍보였다.
결혼 후 투어 생활을 계속했지만 2020년 은퇴 때 나이가 딱 서른이었던 만큼 너무 일찍 은퇴한다는 느낌이 있었다. 더욱이 마지막 대회인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10위에 올랐던 허윤경이다. 그는 “시드도 있어서 계속 투어를 뛰고 싶은 마음이 있긴 했다”면서도 “하지만 후회 없이 선수 생활에 올인 했었고 무엇보다 유치원생이 된 첫째 아이한텐 엄마가 같이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고 돌아봤다. 골프에는 요즘 둘째가 흥미를 보여 레슨을 붙여줬다고.
솔라고그룹이 2년 전 서울 중구 충무로에 솔라고명동 호텔&레지던스를 개관하면서 허윤경은 더 바빠졌다. 골프연습장과 스크린골프 시설도 갖춘 곳이다. 허윤경은 “태안의 골프장과 리조트 일을 주로 보면서 1주일에 한두 번은 명동으로 출근한다. 두 아들을 학교 보내고 나면 그때부터 업무 시작”이라며 “골프장과 호텔 등 시설 자체는 자리를 잡았지만 결국 다 서비스업이다 보니 고객의 입장에서 세세하게 챙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솔라고CC는 각종 프로·아마추어 대회를 달력 빼곡하게 개최하는 코스다. 선수 출신의 골프 경영인으로서 허윤경은 남들이 못 보는 1인치를 포착해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가 만족할 만한 코스 세팅과 편의를 만들어가고 있다.
“운동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책임감이 강한 편이고 맡은 일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스타일”이라는 그는 “은퇴하고는 좀 편해지나 했는데 사업도 그렇고 아이 키우는 것도 그렇고 잘하고 싶은 게 더 많아졌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져 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깜짝’ 투어 복귀에 대한 마음도 커져 간다. KLPGA 투어는 과거 10년 동안 꾸준한 성적으로 활약한 선수 등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정규 투어 1년 시드를 주는 제도를 올해 신설했다. 기량을 썩히기에 아까운 경력단절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제도가 발표되자 허윤경이 적임자 중 한 명이란 얘기가 많이 나왔다. 최근 KLPGA가 꾸린 발전위원회에도 들어가게 된 허윤경은 “올겨울에 (시드) 심사 신청을 받는다고 들어서 가족들과 같이 고민 중”이라고 했다.
케이블 골프채널이 은퇴 선수 12명을 데리고 사이판에서 찍는 이벤트 대회에 출전하는 한편 팬미팅 라운드 행사를 갖는 등 허윤경은 골퍼로서 활동에도 부쩍 무게를 싣고 있다. 팬미팅은 연례로 솔라고CC에서 열고 있다. ‘삼촌팬’들의 의리가 여전해 많으면 여덟 팀을 짤 때도 있다. 연습할 시간은 없지만 ‘각 잡고’ 치면 언더파 스코어도 낼 정도로 미소천사의 실력은 살아있다. 허윤경은 “얼마 전 이정민 선수를 만났는데 ‘언니, 요즘 거리 안 나면 못 살아남아. 나도 죽겠어’라고 하더라”며 “만약 (투어를) 뛰게 돼도 걱정”이라고 ‘엄살’을 부렸다.
선수 때 골프를 바라보던 시각과 지금의 시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선수 시절엔 코스 컨디션과 공략 보는 게 전부였는데 지금은 골프장을 굴러가게 하는 모든 것에 시선이 가요. 골프장 안에 부서만 6·7개나 되고 골프와 연계되는 사업이 굉장히 다양하거든요. 내년이면 결혼 10주년이면서 저희 골프장 10주년인 만큼 재단 일 등 새롭고 바람직한 여러 일들을 도모해볼 계획입니다.”
18문 18답
1 구력
27년
2 평균 타수
평균 타수 따로 없음(선수 시절 가장 낮았던 한 시즌 평균 타수는 2014년의 71.19타)
3 월 평균 라운드 수
한두 번
4 보유 골프 회원권
솔라고CC 종신 회원
5 평소 코스를 평가할 때 우선으로 삼는 기준
코스 설계
6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국내 골프장
춘천 라데나
관련기사
7 가장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골프장
남해 사우스케이프
8 나의 베스트 파3 홀은
제주 롯데스카이힐 14번 홀
9 나의 베스트 파4 홀
성문안 18번 홀
10 나의 베스트 파5 홀
제이드 팰리스 18번 홀
11 외국에 소개할 만한 한국 골프장만의 자랑은
5성급 호텔 못지않은 클럽하우스와 레스토랑의 정갈한 한상
12 한국의 골프장 문화 중 이어져야 할 것과 없어져야 할 것은
없어져야 할 건 첫 홀 스코어를 무조건 파로 적는 분위기…. 스코어는 성실히 적어야 한다는 생각
13 우리나라 골퍼들이 꼭 갖추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매너·에티켓은
연습 없이 잘 치길 바라는 마음은 버려야. 캐디 탓부터 하고 보는 것도 비매너라고 생각함
14 가장 이상적인 동반자는 어떤 동반자라고 생각하나
상대방을 배려하고 매너 지키는 동반자
15 가장 좋아하는 골프 선수는
호주의 애덤 스콧
16 좋아하는 골프 금언은
최고가 되기 위한 최선의 노력
17 골프 입문 계기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키도 크고(171㎝) 힘이 좋아서 시작하게 됐다
18 나에게 골프란
나를 빛나게 하는 것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