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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투자, 대기업의 원금보장이 맞나[기자의 눈]

이충희 마켓시그널부 기자


“계약서 작성 전까지는 치열하게 협상하고 싸워야죠. 하지만 도장 찍고 난 뒤에는 그 내용을 철저히 준수하면 그만입니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계약서 작성 전후에 하는 행동이 뒤바뀌었다며 이처럼 한탄했다. 아파트 전세나 매매 계약을 할 때, 회사와 연봉 계약을 할 때, 우리는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쉽게 서명을 하지만 막상 관계가 흐트러지면 계약서에 없는 내용을 들먹이며 싸우기 일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전문가 집단인 대기업과 사모펀드 업계에도 이런 일이 흔하게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대형 로펌·회계펌을 선임해가며 충분히 투자를 검토했음에도 계약서 작성 전 서로 기분을 상하게 할까 싶어 구두상 약속을 해주고 상대는 그걸 너무 쉽게 믿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결국 문제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수년 전부터 대기업이 자회사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하고 이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약속하는 투자 행태가 봇물을 이뤘다. 사모펀드들은 안전장치로 IPO가 제때 실행되지 않을 시 모회사 측 지분까지 끌어와 해당 회사의 경영권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콜 앤드 드래그)를 확보했다. 이런 방식으로 투자를 유치한 대기업은 SK·CJ 등이 있다.

그런데 자회사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IPO마저 불발되면 이 콜 앤드 드래그는 활용 가치가 없어진다. 망가진 회사의 경영권을 들고 시장에 나가봤자 사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어떤 투자자들은 대기업이 이래도 되냐면서 계약서 내용에도 없는 원금을 갚아달라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면 여론에 민감한 대기업은 최대한 숨을 죽이며 진짜 돈을 갚아줘야 할지 눈치를 살피고는 한다.



이런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려는 투자자를 쉽게 비판할 수는 없다. 그 자체가 투자 전략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항에도 없는 ‘원금 보장’을 무턱대고 해줄 수 없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상장사 뒤에는 주주들이 있다. 기업은 주주의 이익에 기반을 둔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잘못된 결정을 내린 이사회는 배임 등 불법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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