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과 미국 금리 인하 전망에 금은 가격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펼치고 있다. 내년 금값이 20% 더 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변동성 때문에 은 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장중 트로이온스당 4179.15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날 종가 4110.27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41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파죽지세로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금값은 올 들어 57% 급등했다.
전날 4.44% 급등했던 은 현물 가격도 이날 장중 트로이온스당 53달러에 거래됐다. 은값은 10일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50달러를 돌파하며 올해 70% 넘게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유럽 재정 악화까지 겹쳤던 2011년 4월 28일(48.4438달러) 기록은 물론 ‘은 파동’ 사태로 역대 최고치였던 1980년 1월 18일(49.45달러) 기록까지 넘어섰다.
은 파동은 1980년 은값이 요동친 사태를 말한다. 미국 텍사스주 석유 재벌인 헌트 일가가 은 가격이 10달러에도 못 미쳤던 1979년 여름 여러 증권사들로부터 빌린 자금으로 은을 대량 매입한 결과 은값이 5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10달러대로 폭락했다.
금과 은의 강세는 최근 국제 정세와 관련이 깊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와 희토류를 무기화하며 무역전쟁을 펼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가 몰렸다. 또 올해 미국이 올해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낮출 것으로 전망되자 유동성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려는 수요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필립 스트레이블 블루라인퓨쳐스 수석 시장 전략가는 “2026년 말까지 금값이 50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은의 경우 금보다 거래 규모가 작은 반면 올해 상승 폭은 훨씬 커 투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급격한 조정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은 시장은 금보다 9배 작고 유동성도 낮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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