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갈등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흉기 난동이 발생해 일가족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웃이 재빨리 문을 열어 대피를 도우면서 더 큰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13일 오전 7시 23분쯤 의정부시 민락동의 한 아파트 승강기 안에서 30대 남성 A씨가 위층에 사는 40대 B씨 부부와 초등학생 딸 C양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 가족이 외출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문이 닫히자 함께 탑승해 공격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가족은 즉시 비상 호출 버튼을 눌렀고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중간층에서 급히 내렸다. 소란을 들은 이웃이 집 밖으로 나와 문을 열어 부상당한 아내와 딸을 자신의 집으로 숨겨주고 119에 신고했다. 남편 B씨는 계단을 통해 몸을 피하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B씨 부부는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아내는 한때 과다출혈로 위중했지만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과 딸도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상태는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 A씨는 범행 직후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가 함께 발견됐다. A씨는 혼자 살았으며 별다른 직업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충격이 커 아직 구체적인 진술이 어렵다”며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수개월간 이어졌던 것으로 보이지만 관리사무소나 경찰에 공식 민원이나 신고 기록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상동기나 묻지마 범행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층간소음 문제는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사회적 위험 요인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관련 범죄는 연평균 73건에 달했다. 대부분 폭행 등 단순 폭력이었지만, 약 10%는 살인 등 강력범죄였다.
특히 장기간 이어진 갈등이 폭발하면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우발적으로 범행하는 사례가 많았다. 피해자는 주로 30~40대 여성이었고 사건의 3분의 1은 가족 등 2인 이상이 함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갈등이 개인의 인내 문제를 넘어 사회적 안전 문제로 봐야 한다”며 “지속적인 중재 시스템과 실질적인 갈등 완화 제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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