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이후 어떻게 마음을 다잡느냐에 따라 생존율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9일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우울증’과 ‘긍정적 대처 전략(Proactive Positivity)’ 간 상호작용이 1년 생존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결과 대처 전략이 낮고 우울증이 있는 환자의 사망률이 기준군보다 4.63배 더 높다고 밝혔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윤제연 교육인재개발실 교수 연구팀은 전국 12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조기 완화의료 임상시험에 참여한 진행성 고형암 환자 144명을 대상으로 전향적 2차 분석을 진행했다.
암 진단은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극심한 심리적 부담을 수반한다. 전체 암 환자의 약 30%가 임상적 우울 증상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삶의 질은 물론 실제 생존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 대상자들은 모두 병기 4기 또는 치료 후 재발한 고위험군으로 1년 이하 생존이 예측된 환자들이었다. 폐암, 간암, 췌장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등 다양한 고형암 환자들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스마트 건강경영전략 도구(SAT-SF)’의 핵심 항목을 바탕으로 환자들의 회복탄력성을 평가했다. 이 전략은 △긍정적 재해석 △문제 해결 중심 접근 △경험 공유 및 관계 유지 등으로 구성되며 이를 ‘긍정적 대처 전략’이라 정의했다. 이는 환자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감정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삶의 방향을 주체적으로 재조정하려는 행동 기반 전략이다.
SAT-SF 점수 66.66점을 기준으로 전략 수준을 분류했으며 우울증은 PHQ-9 점수 10점 이상을 중등도 이상으로 간주했다. 신체 기능은 ECOG-PS 지표를 사용해 평가했다.
환자들은 대처 전략 수준과 우울증 유무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눈 뒤 이들의 1년 생존율을 비교한 결과 ‘대처 전략이 낮고 우울증이 있는 그룹’의 사망 위험이 기준군보다 4.63배 높게 나타났다. 반면 대처 전략이 높은 그룹에선 우울증 유무에 따른 생존율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 결과는 우울증이 생존율 저하 효과가 환자의 대처 전략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윤제연 교수는 “우울 수준과 대처 전략을 함께 평가하고 맞춤형 정신건강 개입을 설계하면 생존율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 R&D 사업과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았으며 국제학술지 BMC 정신의학(BMC Psychiatry)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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