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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선 ‘韓詩’ 읊고 美선 ‘스몰토크’…김동연식 외교술

협력관계 구축 위한 첫걸음은 ‘친밀감’ 형성

치밀한 사전 설계로 부드러운 대화 ‘물꼬’

상대 지방정부 수장 “이런 것까지…” 반색

지난달 26일 중국 장쑤성 당위원회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왼쪽)와 신창싱 장쑤성 당서기가 경제와 기후 등 분야별 협력에 대해 환담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경기도




#. ‘문거나득청여허(問渠那得淸如乎)’, ‘위유원두활수래(爲有原頭活水來)’, ‘흐르는 물은 왜 이렇게 깨끗하냐고 물어보면, 원천이 깨끗하니까, 흐르는 물도 깨끗하다’는 뜻입니다. 경기도와 노력해 양 지자체 간 교류가 더 업그레이드 됐으면 좋겠습니다.”(신창싱 장쑤성 당서기)

#. 지난번에 ‘처음 만났지만 친구 같다’, ‘일견여고(一見如故)’라는 말을 썼는데 이번 만남은 ‘이견여친(二見如親)’, ‘두 번째 만나니까 가족과 같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김동연 경기도지사)

지난달 22~27일 중국을 찾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마지막 방문지인 장쑤성에서 경기도와 장쑤성간 포괄적 협력관계 구축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상하이 경기비즈니스센터(GBC) 장쑤성 지소 설립, 기후변화 및 생태환경보호 공동대응 등 결실은 신창싱 장쑤성 당서기가 베푼 경기도대표단 환영만찬에서 구체화됐다. 당시 두 지방정부 수장은 한시(韓詩)를 주고받으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G2’ 중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3대 기둥인 충칭시, 상하이시, 장쑤성을 차례로 찾은 김 지사는 해당 지방정부 수뇌부들의 환대 속에 경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한중 관계 정상화를 위한 지방정부 수장 차원의 소임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창싱 서기와의 만남에서처럼 중국 문화 정수 중 하나인 한시는 서먹한 관계를 풀고 대화를 매끄럽게 연결해주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김 지사는 지난해 10월 5박7일간의 미국 방문에서는 ‘스몰토크’로 미국 유력정치인들과 교감했다.



스몰토크란 일상에서 나누는 가벼운 대화를 말한다. 특히 미국 사회에서는 관계를 형성하거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 지사는 방미 사흘 째 되던 날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 회담에서 “메츠(뉴욕 메츠)가 져서 조금 안타깝다”며 당시 한창 진행 중이던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결과를 언급했다.

뉴욕을 기반으로 한 메츠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석패한 것을 염두에 둔 스몰토크였다. 여성 최초 뉴욕주지사이자 민주당 유력 정치인인 호컬 지사는 “어제 (메츠경기에)갈 뻔했는데 못 가게 됐다. 만약에 갔으면 내가 가서 졌다고 욕먹었을 뻔했는데 안 가기를 잘한 것 같다”고 화답했다.

김 지사는 재빨리 “메츠는 졌지만, 양키스는 이기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메츠와 마찬가지로 뉴욕을 연고지로 한 양키스가 선전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호컬 지사는 “정치 이야기 전 스포츠 이야기를…딱 우리 스타일(In our language)로 말씀을 하시네”라며 반색했다. 호컬 지사는 한 번 더 놀랐다. 김 지사가 1960년대 흑인 풋볼 스타 ‘어니 데이비스’의 이름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데이비스는 인종차별을 딛고 시라큐스 대학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지만 백혈병에 걸려 23세에 요절했다. 데이브스와 동문인 호컬 지사는 모교 축구장 이름을 ‘어니’로 짓는 운동을 주도했지만 좌절했다고 한다. 호컬 지사는 “(당시가)정치인생 시작점”이었다며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스몰토크로 김 지사와 거리감을 좁힌 호컬 지사는 경기도 스타트업 대표들과 뉴욕 당국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협력관계 구축에 남다른 열의를 보였다.

이처럼 김 지사는 주요 국 방문 시 현지 수장들과의 만남에 앞서 철저한 준비로 최적화된 대화를 위한 로드맵을 짠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한시’, 미국에서는 ‘스포츠’를 각각 중심 소재로 삼고 지역사와 개인사를 곁들여 친밀감을 형성한다. 한대(漢代)부터 청대(淸代)에 이르는 중국 한시에 정통한 데다 미국 미시간대 재학 시절 익힌 원어민 수준의 영어실력에 야구, 축구에 대한 마니아적 관심을 갖고 있는 김 지사만이 발휘할 수 있는 외교술인 셈이다. 김 지사는 조만간 다시 한 번 미국 방문길에 올라 특유의 ‘스몰토크’로 관세전쟁으로 꽉 막힌 한미 관계의 돌파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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