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고급 주택가를 잿더미로 만든 대형 산불이 20대 남성의 계획된 방화로 드러났다.
10일(현지시간) ABC뉴스와 미 법무부에 따르면 조너선 린더크네흐트(29)는 지난 8일 방화 및 재산파괴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새해 첫날 LA 해안 인근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종이에 불을 붙여 화재를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린더크네흐트는 우버 운전 중 승객을 하차시킨 뒤 차량을 등산로 쪽으로 몰고 가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승객들은 “그가 몹시 격앙돼 있었고 평정심을 잃은 듯했다”고 증언했다.
불을 낸 직후 린더크네흐트는 스스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챗GPT에 ‘담배 때문에 불이 붙으면 내 책임인가’라는 문장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당국은 그가 고의성을 감추려는 시나리오를 미리 짠 흔적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방화 후 현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불길 속에서 소방대가 진화 작업을 하는 장면을 직접 촬영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챗GPT를 통해 '불타는 숲에서 사람들이 도망치는 이미지’를 만들어 본 사실도 공소장에 기재됐다.
수사팀은 “그의 행동을 보면 몇 달 전부터 불에 집착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AI 사용 내역이 범행의 심리적 단서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산불은 3주 이상 이어지며 사망자 29명, 소실 건물 2만 채의 경제 피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린더크네흐트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최대 20년형에 처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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