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저가 아파트 100채를 팔아도 서울의 고가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없을 정도로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수도권이 152.0, 지방이 105.2로 집계됐다. 2017년 11월(100)을 기준으로 비교해 산출한 수치다. 수도권 지수는 지방 대비 1.445배로, 2008년 8월(1.455배) 이후 가장 높다. 수도권 집값이 지방보다 45% 비싸다는 의미다.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서울 지역 실거래가격지수는 183.8로, 지방의 1.7배가 넘는다.
앞서 KB부동산 조사에도 지난 8월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의 상·하위 20% 격차(5분위 배율)는 12.1배로 나타났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8년 12월 이후 최대치다.
개별 단지로 보면 격차를 더욱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전용면적 84㎡ 기준 전국 최고가 단지는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기준 지난 6월 72억원에 손바뀜했다. 1월 당시 55억원이었던 가격이 불과 반년 만에 17억원 올랐다. 반면 경북 김천시 부곡동 ‘신한양’ 전용 82㎡는 올해 4월 3000만원에 직거래됐다. 직거래가 아닌 정상적인 거래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5월 이 단지 전용 82㎡의 거래가는 7000만원으로, 래미안 원베일리 한 채 값으로 신한양 102채 이상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집값 양극화의 핵심 요인으론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꼽힌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화하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 정부부터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저금리 환경이 조성되자 집값이 치솟았고, 서울 전역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묶고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적용하는 등 각종 규제가 도입됐다. 특히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집을 여러 채 가지는 것보다 고가의 한 채를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커졌다.
현 정부 들어서는 6억원 한도의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강도 높은 대출 규제도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양극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지역내총생산 중 수도권의 비중이 비수도권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53%까지 확대됐다. 이는 지난 10여년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력 격차가 심화했음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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