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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한두개 빼곤 껍데기" 혹평에도…빅테크 올 220조원 빚투

[AI 버블론 해부 - "제2 닷컴 열풍" 비관론 확산]

회사채 찍어 군비 경쟁하듯 투자

관련종목 주가 상승 '평균의 4배'

빅테크 수장들도 버블 일부 인정

정작 사용 업체들은 효용 의구심

MIT "기업 95% AI로 돈 못벌어"

AI 투자, 닷컴붐 때 규모 넘어서

거품 터지면 파괴력 더 심각할듯

그래픽=구선아 기자




“(시장이) 인공지능(AI)에 대해 흥분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최근 많게는 건당 1000억 달러대까지 치솟은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는 AI에 대한 장밋빛 미래와 동시에 AI 투자 과열, 이른바 ‘AI 버블론’을 고개 들게 만들었다. 월가 투자자들부터 국제통화기금(IMF)과 영국 중앙은행(BOE) 등 기관에 이르기까지 AI 버블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특히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일부 빅테크 수장들 역시 AI 버블을 일부 인정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AI 버블을 우려하는 쪽은 현재 AI 투자가 2000년대 초 닷컴 열풍 때와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삼는다. △높은 기업가치와 과대평가 △막대한 규모의 자금 투입과 투기적 투자 △정작 낮은 시장 수요 등 당시 닷컴 기업들이 보였던 양상과 닮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종목들은 지난달 말 현재 연초 대비 평균 8% 오른 반면 AI 관련주인 알파벳·아마존·브로드컴·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오라클·팰런티어의 주가는 30%가량 상승해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AI 주식에 자금이 몰리는 현 상황을 “AI라는 꼬리표만 붙으면 무조건 쫓아가는 광분(frenzy) 상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AI 관련 투자는 마치 군비 경쟁하듯 이뤄지고 있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029년까지 데이터센터에 대한 누적 투자액이 미국에서만 3조 달러(약 4260조 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3조 달러는 올 2분기 기준 미국 국내총생산(GDP)인 30조 4857억 달러의 약 10분에 1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문제는 이런 대형 투자가 대부분 레버리지, 즉 부채를 일으키는 형태라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AI 투자가 주로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이뤄져왔던 빅테크의 투자 방식까지 바꿔놓았다고 지적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테크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1570억 달러(약 223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920억 달러) 대비 70% 급증했다. 로이터통신은 “아마존과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테크 기업들의 자본 지출은 올해 3000억 달러로 5년 전인 2020년의 1000억 달러 대비 3배나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날도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AI 투자를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50억 달러(약 7조 1000억 원)를 대출받기 위해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산업 현장에서 AI의 실제 효용에 대해 내놓는 의구심은 부채를 늘려가며 이뤄지고 있는 AI 투자가 그대로 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진이 올 1~6월 생성형 AI를 도입한 153개 기업의 CEO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 기업의 AI 도입 계획 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인 95%가 생성형 AI 도입으로 유의미한 매출 제고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학계는 물론 AI 업계와 시장에까지 널리 퍼지며 AI 버블론을 부추기는 주요한 근거가 됐다는 평가다. MIT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 최고정보기술책임자(CIO)는 “올해만 수십 개의 생성형 AI 데모를 써봤지만 정말 유용한 것은 한두 개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아직 프로젝트 수준이거나 껍데기(wrapper)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내놓기도 했다. AI가 아직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을 높이는 단계에 미치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영리 연구 단체인 모델평가및위협연구소(METR)는 올 7월 숙련된 개발자 16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AI 도구를 이용했을 때 작업 완료 속도가 AI를 쓰지 않았을 때보다 오히려 19%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아무도 예상 못한 결과”라며 “(AI 사용으로) 작업 속도가 24%가량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던 개발자들이 당황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대다수 기업들은 여전히 생성형 AI에 핵심 업무를 맡기기를 꺼리고 직원들 역시 e메일 확인 등 단순 업무 위주로 개인용 챗봇을 활용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미 시카고대의 한 연구팀은 올 4월 발표한 논문에서 덴마크의 7000개 사업장에서 AI 챗봇이 근로자의 소득이나 근무시간·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양상은 닷컴 버블과 비슷하지만 파괴력은 그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비관론도 제시되고 있다. 미국 시사 잡지 디애틀랜틱은 “AI 투자는 경제 규모 대비 비중 측면에서 닷컴 붐이 정점이었던 당시의 투자 규모를 초과했다”면서 “AI 버블이 붕괴되면 더 큰 위기를 촉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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