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의 수익률이 개인 투자자의 4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 매수세를 보인 반면, 개인은 네이버와 2차전지주 중심의 ‘편식 매수’가 두드러졌는데 이같은 종목 선택이 수익률의 차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지난해 말 대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외국인의 ‘최대 매수 종목’은 삼성전자로, 올해 5조 6590억 원을 순매수했다. 주가는 지난해 말 5만 3200원에서 이달 8만 9000원으로 67.3% 급등했다.
SK하이닉스도 순매수액 3조 5390억 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주가는 같은 기간 17만 3900원에서 39만 5500원으로 127% 뛰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241% 상승하며 ‘황제주’ 대열에 올랐고, 뒤이어 한국전력(015760)(77%), 현대모비스(012330)(26%), 효성중공업(298040)(259%), 카카오(035720)(56%), 이수페타시스(007660)(189%), 삼성전기(009150)(58%), 현대로템(064350)(355%) 등도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들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45.6%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47.9%)의 세 배를 웃돌았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올해 개인이 많이 순매수한 10개 종목 가운데 상승한 종목은 6개, 하락한 종목은 4개였다.
개인의 최대 순매수 종목은 네이버로, 올해 2조 690억 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주가 상승률은 27.2%에 그쳤다. 삼성SDI(006400)(-14.8%)와 SK텔레콤(017670)(-1.5%), LG전자(066570)(-8.5%) 등은 오히려 하락했다. 알테오젠(196170)(52.3%), 한미반도체(042700)(21.9%) 등 일부 종목만 상승세를 나타냈다.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37.0%로, 외국인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코스피 평균 상승률(47.9%)도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외국인의 집중 매수 전략이 수익률 우위를 만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반도체 시장이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코스피는 미·중 무역 협상 불확실성과 원·달러 환율 변수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반도체 업종은 여전히 우호적인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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