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부동산 공급 방안(9·7 대책)에서 정비사업 제도 대폭 개편을 천명한 정부가 국회와 후속 입법에 나서며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정부는 공공 재건축·재개발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3배까지 늘려주는 등 공공 정비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민간 정비사업에 대해서도 심의 절차를 단축하고, 공원녹지 확보 기준 등을 완화해줄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발의는 9·7 부동산 공급 방안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다.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본격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는 공공정비사업 지원 강화다. 공공정비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사업 시행자가 돼 재건축·재개발을 이끄는 제도로 2021년 도입됐다. 지금까지 공공정비사업의 용적률은 재개발의 경우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재건축의 경우 법적 상한까지만 올릴 수 있었다. 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진행되는 공공 재개발은 360%, 공공 재건축은 300%가 최대 용적률이었던 셈이다.
법안은 여기서 더 나아가 공공정비사업의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3배까지 올려주는 내용을 담았다. 3종일반주거지역은 390%(300%의 1.3배), 2종일반주거지역은 325%(250%의 1.3배)까지 용적률을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단 이 특례는 법 시행일 이후 3년 동안만 적용된다. 또 9·7 대책이 발표일 기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거나,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거나 신청한 사업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개정안은 공공 정비사업 시행자를 지정할 때 주민 동의를 받았다고 간주할 수 있는 대상도 확대했다. 공공 정비사업의 사업자 지정은 민간 정비사업으로 치면 조합 설립과 비슷한 단계다. LH 등을 사업시행자를 지정하려면 토지 등 소유자 67% 이상 등의 동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정비계획 입안 요청 때 동의를 얻었으면 사업시행자 지정까지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사업 시행자 지정이 더 쉬워지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진행 중인 공공 정비사업 중 상당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45곳의 공공 정비사업 현장 중 초기 단계(통합 심의 전)에 있는 곳이 41곳에 달하기 때문이다. 단 이번 특례는 자동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개별 사업장이 정비계획을 다시 만들어 심의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례로 서울 중랑구 중화5구역은 이번 용적률 특례 등을 적용해 주택 건설 물량을 기존 1610가구에서 1852가구로 늘릴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일반분양 주택이 늘어 주민 1인당 평균 분담금이 약 3000만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개정안에는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정비사업을 지원하는 내용도 대폭 담겼다. △정비계획 변경을 위한 심의와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심의를 병합 개최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동시 신청 허용 △건축물 높이 제한, 공원녹지 기준 완화 특례를 민간 정비사업으로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민간 정비사업의 경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파격적인 규제 완화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공공 정비사업도 법적 상한 용적률 초과분에 대해서는 기존보다 많은 임대주택을 공공기여해야 해 용적률 상향 신청이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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