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 케랄라주에서 ‘아메바성 뇌수막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올해만 19명에 이르렀지만, 질병 확산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마드야맘, ETV바라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케릴라주 보건당국은 최근 병원에서 약 일주일간 치료를 받다 숨진 티루바난타푸람 출신 52세 여성과 콜람 출신 91세 남성이 아메바성 뇌수막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서만 케릴라주에서 9명이 이 질환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올해 누적 사망자는 19명으로 늘었다.
당국은 티루바난타푸람의 아쿨람 수영장에서 감염돼 중환자실 치료를 받고 있는 17세 소년의 건강 상태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함께 있었던 어린이 3명은 현재 증상이 없으며, 지속적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소년을 포함해 8명이 대학병원에서 아메바성 뇌수막염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 중이다.
보건당국은 아쿨람 수영장 물을 채취해 공중보건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했으며, 수영장 청소도 즉시 지시해 놓은 상태다.
아메바성 뇌수막염은 흔히 ‘뇌 파먹는 아메바’로 불리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Naegleria fowleri) 감염으로 발병한다. 이 아메바는 물을 통해 코로 들어와 신경을 따라 뇌까지 침투하며, 뇌세포를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수온이 높고 수심이 얕은 호수나 강가에서 주로 발견되며, 수영장·연못·우물 등에서도 감염될 수 있다.
특히 아메바는 대장균 같은 미생물을 먹이로 삼기 때문에 대장균 수치가 높은 곳일수록 존재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수영장과 우물을 철저히 소독하는 것이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ETV바라트는 지적했다.
사람 간 전염은 없지만, 감염 후 1~12일 이내에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초기 대응이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주요 증상은 극심한 두통, 고열, 환각 등이다.
이 질환은 인도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미국 남부에서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오르면서 서식지가 미국 북부로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치료제가 아직 없어 치사율은 95%에 달한다. 1962년 이후 전 세계에서 보고된 사례는 488건이며, 사망자는 주로 미국·파키스탄·호주에서 나왔다. 케랄라주에서는 2016년 이후 매년 한두 건 정도 발병했는데 대부분 사망으로 이어졌다.
아메바성 뇌수막염으로 인한 사망자 급증으로 인해 케랄라주 의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주정부의 방역 실패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나 조지 주 보건부 장관(여당·인도공산당 소속)은 “우리 주정부는 인도 최초로 아메바성 뇌수막염 대응 지침을 마련했다”며 “지자체를 통해 인식 제고를 유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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