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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톡커] "틱톡 합의", '적국' 中과 협상 더 잘하는 대통령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트럼프 "미중 협상 매우 잘돼…시진핑 19일 통화"

오라클 등 틱톡 매각 합의…알고리즘 전수는 쟁점

정상 간 관세 담판 가능성…中, 엔비디아 또 조사

일본 車관세 16일부터 15%…여한구 "협상 치열"

애매한 韓, '거래' 위주 세계질서에 내밀 카드 부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최근 한국과 무역 협상 과정에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미국이 중국과는 무역 합의를 진전을 보이며 대조를 이루고 있다. 미중 양국은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과 관련해 큰 틀에서 합의를 끌어내고 오는 11월 10일(현지 시간)이었던 이른바 ‘관세 휴전’ 기한을 더 연장할 뜻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곧 무역 담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한국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어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까지 미국에 급파하며 무역 협정 세부 사항 조율에 여전히 몸부림을 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16일부터 일본 자동차 관세를 27.5%에서 15%로 내리기로 결정하면서 현대차(005380)의 미국 시장 가격 경쟁력에 사실상의 사망 선고까지 내렸다. ‘미국의 동맹·우방·적국’으로 나뉘었던 국제 질서가 트럼프 대통령 시대 이후 ‘미국에 유익한 거래 대상’ 순으로 재편되면서 각국의 대미 협상력도 순전히 국력에 따라 좌우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 “미중 무역협상 매우 잘돼…시진핑과 19일 통화할 것”


15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중 4차 고위급 회담에 참석한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14∼1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중 4차 고위급 회담 결과를 평가하면서 “매우 잘 됐고 곧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매우 구해내고 싶어 했던 ‘특정 회사’에 대해서도 합의에 도달했다”며 “그들은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특정 회사는 틱톡으로, 미국 내 사업권 매각에 대한 합의를 소개한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시 주석과 금요일(19일) 대화(통화)할 것”이라며 “(미중) 관계는 여전히 매우 강력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미국과 중국 협상단도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매각과 관련해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입을 모았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이날 협상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양측이 틱톡과 관련한 틀에 합의했다”며 “그 틀은 틱톡을 미국이 통제하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또 “나는 금요일(19일)에 예정된 정상(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통화를 앞서가지 않겠다”며 “정상들이 합의를 확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 대표 겸 부부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틱톡을 포함한 경제·무역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으로 소통했다”며 “협력을 통해 기본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틱톡은 중국계 회사인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플랫폼으로 구글의 유튜브나 메타의 인스타그램 등과 경쟁 관계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만 해도 미국 내 틱톡 사용 금지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다가 2기 들어서는 취임 당일부터 관련 법안을 75일 유예했다. 대선 과정에서 틱톡으로 젊은층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만큼 서비스는 살리되 사업권만 미국 기업에 넘기겠다는 복안에서다.

틱톡금지법은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자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사업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미국인 개인정보 보호를 명목으로 지난해 4월 제정됐다. 미국 틱톡 사업권의 당초 매각 시한은 지난 1월 19일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세 차례 연장을 하는 바람에 오는 17일까지로 미뤄진 상태다. 여기에 이번 협상 결과로 매각 시한은 17일에서 더 연장되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당국이 이번 협상 전까지 미국 측의 요구를 거부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성사시킬 목적으로 매각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양국이 틱톡 합의를 맺지 않았다면 중국 국빈 방문 방안을 철회하거나 오는 10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에야 시 주석을 만났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라클 등 美기업에 틱톡 매각 합의…알고리즘 기술 전수 여부가 쟁점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 대표 겸 부부장이 15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중 4차 고위급 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WSJ과 CNN 등은 틱톡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큰 미국 기업으로 오라클을 꼽았다. 오라클이 이미 틱톡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까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를 지지한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WSJ은 다만 중국이 그간 수출 통제 품목으로 지정한 틱톡의 알고리즘 기술까지 미국에 넘길지 여부는 추후 협상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리 부부장도 이날 회견에서 “중국은 틱톡 문제와 관련해 기술·경제 무역 문제의 정치화, 도구화, 무기화에 반대한다”며 “중국은 국익과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확고히 보호하고, 법과 규정에 따라 기술 수출 승인을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징타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부주임도 회견에서 “틱톡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합의는 양측 이익에 부합한다”면서도 “(미국이) 틱톡을 포함한 중국 기업들에 개방적이고, 공정하며, 정의롭고, 차별없는 환경을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재 휴전 상태에 머물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은 당초 마감 시한인 11월 10일보다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지난 5월 10∼11일 스위스 제네바 1차 회담에서 미국이 중국에 145%, 중국이 미국에 125%씩 부과하던 관세율을 115%포인트씩 낮추고 90일 간 무역 전쟁을 멈추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어 6월 9∼10일 영국 런던에서 이뤄진 2차 회담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기술, 중국의 희토류 등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각각 완화하기로 했다. 7월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가진 3차 회담에서는 관세 전쟁 유예 기간을 8월 11일에서 11월 10일로 더 미루기로 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는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분명히 추가 행동(연장)을 고려하는 데 열려 있다”며 “만약 대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계속되고 미국이 이전보다 희토류를 훨씬 더 잘 받으면 그렇게 하겠지만, 아직 이와 관련해 해야 할 일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의 자금 세탁 조직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돈까지 세탁하면서 미중 양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중국도 미국에 협력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주장했다.

관세는 트럼프·시진핑이 담판 지을 듯…中, 엔비디아 반독점 추가 조사






미중 양국은 틱톡 사업권 매각 문제와 달리 관세 협의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가와 주요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19일 통화를 나눈 이후 정상 간 담판으로 관세 문제를 해결하려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두 나라는 4차 관세 회담 전후로 양국 무역과 관련한 압박성 조치를 앞다퉈 발표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의 경우 15일 자국 SNS인 웨이보에 글을 올리고 “예비 조사 결과 엔비디아는 ‘중국 반독점법’과 ‘SAMR의 멜라녹스 지분 인수에 대한 제한 조건부 승인 반독점 심사 결정 공고’를 위반했다”며 “추가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대중 수출에 제동을 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문제를 굳이 양국 회담 기간에 걸고 넘어진 것이다. 이 소식에 15일 엔비디아의 주가는 뉴욕 증시가 일제히 상승한 가운데서도 홀로 0.04% 하락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엔비디아가 2019년 이스라엘의 반도체 업체 멜라녹스를 69억 달러(약 9조 6000억 원)에 인수하는 문제에 대해 조건부로 승인을 내렸다. 중국이 내건 조건에는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속기와 멜라녹스 고속 네트워크 상호연결 장비, 관련 소프트웨어·부품을 자국 시장에 계속 공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로 GPU 가속기 공급을 중단하자 중국은 지난해 12월부터 반독점 조사를 시작했다.

미국 상무부 역시 회담 직전인 지난 12일 중국 기업 23곳을 추가로 제재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에 미국산 아날로그 반도체 반덤핑 조사로 맞섰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취재진에게 “협상에서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과 관련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언급됐지만 중심 의제는 아니었다”며 “한 달 뒤쯤에도 중국과 협상을 할 수 있고 이때의 의제는 무역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중국과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제한 조치를 가능한 한 빨리 해제해 달라고 미국에 촉구했다”며 “회담에서 어렵게 얻은 성과를 공동으로 보호하고 경제·무역 관계에 지속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6일부터 日자동차 관세 27.5%→15%…韓통상본부장 “치열하게 협상 중”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과 무역 협상에서 진전을 보인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자동차 관세도 16일부터 27.5%에서 15%로 내리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일본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내리면서 자동차 품목 관세율도 15%로 함께 인하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4월부터 외국산 수입 제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관세를 부과하게끔 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자동차와 관련 부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한 바 있다. 이 조치로 일본은 지금껏 미국 시장에 파는 자동차 제품에 총 27.5%의 관세를 부과받았다.

일본의 대미 수출 자동차의 관세가 15%로 낮아지게 되면서 여전히 25%의 관세를 부여받는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입지는 당분간 쪼그라들게 됐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이지만 현대차와 기아(000270)는 여전히 일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 시장에서 승부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약 488조 원), 에너지 분야 1000억 달러 구매 등을 조건으로 상호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기로 7월 30일 미국과 합의했지만, 세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후속 협상에서는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의 외환시장에 대한 배려도 없이 달러 현금을 직접 투입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유도하고, 수익의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독점하겠다는 미국의 요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7월 30일 무역 합의 직후 때만 해도 각국 상호관세 부과 직전 극적인 합의를 도출했다며 뿌듯해 하던 이재명 정부도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는 관세 협상에 대해 마냥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여 본부장은 취재진과 만나 “악마는 디테일(세부 사항)에 있기에 치열하게 협상하는 중”이라며 “USTR 대표를 만나는 등 국익의 반영을 위해 전방위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조지아주의 한국인 근로자 316명 구금 사태가 이번 협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그런 부분은 우리가 강하게 요청해야 한다”며 “미국에서도 약간 과했다고 하는 분위기인 것 같으니 최대한 우리 기업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일본이 16일부터 대미 자동차 수출의 품목 관세를 15%로 낮춰 적용받는 데 관해서는 “우리도 최대한 빨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협상의 과정이니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반응했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맞아 명목적으로만 미국의 굳건한 동맹국일 뿐, 현실적으로는 미국보다 국력이 크게 뒤처지는 여러 나라 가운데 하나로 취급받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한국은 기술력·경제력·군사력을 어중간하게 모두 갖춘 선진국으로 분류돼 딜레마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돈·기술·인력이 어느 정도 있다는 이유로 미국의 거래 대상국에는 꼭 끼면서, 중국·일본·유럽연합(EU) 등 강대국과 비교하면 내밀 수 있는 무역 카드가 확연히 적은,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인 모양새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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