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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철사로 보국" 염원…한국 최초 일관제철소 결실

◆故 장경호 동국제강그룹 창업회장 50주기

부산 허름한 창고서 조선선재 창업

1963년 갯벌 메워 일관제철소 설립

1970년대 중화학기업 매출 3위 성장

일제 저항, 검약·근면 불교정신 실천

"민족자본 세워 국가에 보은 선각자"

동국제강, 올해 헤리티지 원년 삼아

장세욱(왼쪽부터) 동국제강그룹 부회장,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이한구 대한불교진흥원 이사장, 불교방송 상임이사 현민 스님이 8일 서울 마포구 대한불교진흥원 다보원에서 열린 ‘대원 장경호 거사 50주기 추모 및 대한불교진흥원 창립 50주년 기념 법회’에 참석해 합장하고 있다. 사진 제공=동국제강




고(故) 장경호 동국제강 창업회장은 1949년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게 된다. 한 재일 교포 기술자가 운영하던 못과 철사를 뽑는 설비(신선기)를 인수하게 됐기 때문이다. 장 창업회장은 못과 철사가 나라를 세울 산업이라 직감했고 이를 인수했다. 자신의 회사 남선물산 창고 한편에 신선기를 두고 못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회사 이름도 조선선재라고 지었다. 이렇게 훗날 한국의 철강왕은 부산의 한 허름한 창고에서 ‘철강보국’이라는 창업 정신으로 탄생했다.

장경호 동국제강 창업회장이 1963년 부산 용호동의 갯벌에 부산제강소를 설립하고 일관 철강 생산 단지를 조성한 뒤 진행된 상량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제공=동국제강


장 창업회장이 타계한 지 올해로 50년이 됐다. 50주기를 하루 앞둔 8일 그의 손자인 장세주 동국제강(460860)그룹 회장과 장세욱 동국제강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장 창업회장의 사업에 뿌리를 함께하고 있는 범(汎)동국제강그룹 경영진 78명이 서울 마포구 대한불교진흥원에 모여 추모 법회를 열었다. 장세주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창업회장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업을 시작해 민족자본을 세우셨고 삶의 길을 보여주신 선각자”라며 “기업 활동을 통해 민족과 국가에 보은하고자 했고 돌아가시기 전 모든 사재를 사회와 불교에 환원하셨던 뜻을 기리며 추모할 수 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의 장경호 회장. 사진 제공=동국제강


장 창업회장은 189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그의 나이 19세 되던 해 3·1 운동에 합류한 뒤 일본 경찰에 쫓겨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1929년 부산 중앙시장에서 가마니 매매업을 영위하던 대궁양행을 열어 기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남선물산이라는 회사를 세워 사업을 크게 확장했다. 남선물산은 가마니 공장 외에도 수산물 전국 도매업과 미곡 사업, 정미소 경영 그리고 양철로 석유 깡통을 만드는 제조업에도 뛰어들었다. 이어 조선선재를 세워 제선 업체로 철강 업계로의 첫발을 내디뎠고 1954년 서울에서 동국제강을 창업해 본격적인 철강 기업가로 커나가게 된다.

장경호 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다 찍은 사진. 연도·장소 모두 미상. 사진 제공=동국제강




이후 장 창업회장은 승승장구했다. 1963년 우리나라 최초의 일관 제철소를 부산 용호동 갯벌을 직접 메워 설립했다. 제철·제강·압연을 모두 갖춘 이 공장은 훗날 동국제강이 민간 종합 철강사로 자리 잡는 토대가 됐다. 그곳에서 국내 최초로 용광로·전기로 시대를 열었고 와이어로드와 후판 등을 국내 최초로 만들었다. 동국제강은 1970년대 초 100대 기업 중 중화학공업 기업 매출 순위 3위(공기업 제외)까지 성장했다. 동국산업그룹과 한국철강그룹은 장 창업회장의 동국제강그룹에 한 뿌리를 두고 있는 철강 전문 그룹사로 2000년 계열 분리했다.

장경호 동국제강 창업회장


장 창업회장은 일제에 저항한 기업인이었으며 동시에 끝까지 민족의식을 버리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그가 창업한 기업의 이름 역시 대궁·남선·조선·동국 등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지었다. 특히 장 창업회장은 불교계와도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었다. 20대에 불교에 귀의한 그는 사업가로 성공해서도 수행과 참선을 통해 깨달음을 추구했고 근면함과 검소함으로 유명했다.

1975년 세상을 떠나기 전 ‘국가와 사회,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본인 명의의 모든 사유재산을 한국 불교의 중흥 사업을 위해 내어놓기로 했습니다’는 서신과 함께 모든 사재 30억 원을 기부했다. 현재 물가로 따지면 5000억 원 규모다. 장세주 회장은 “대기업가면서 쌀 한 톨, 배추 한 잎도 함부로 하지 않은 분”이라며 “창업회장님의 검약 정신은 곁에서 보고 자란 제게도 각인되었고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국사 앞에 선 장경호 동국제강그룹 창업회장. 사진 제공=동국제강


장 창업회장은 사람을 이윤보다 중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람이 동국 최고의 자본’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직원들과는 지극히 소중한 인연으로 만났음을 강조하며 서로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정신은 1994년 동국제강 노사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하고 올해까지 31년째 그 약속을 지키면서 이어지고 있다. 동국제강그룹 관계자는 “올해를 ‘동국 헤리티지’의 원년으로 삼아 2029년 동국 75주년, 대궁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면서 “회사는 물론 한국 철강 산업, 불교계의 헤리티지인 장 창업회장의 정신을 되새기고 기억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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