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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M&A 나침반, ‘온디바이스 AI·반도체 생태계 강화’ 가리킨다

반도체 빅딜 대신 기기 경쟁력 강화 올인

스마트폰·가전·헬스케어 'AI 기기 연합군'

구축해 AI 시대에도 주도권 잡아 나간다

안중현 사장 M&A 키맨…선착순 원칙

글로벌 IB 앞다퉈 온디바이스 매물 소개

AI 반도체 소부장 핀셋투자, 생태계 공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8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뉴스1




8년 만에 인수합병(M&A) 시장에 복귀한 삼성전자(005930)의 투자 나침반이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을 가리키고 있다. 반도체는 불확실성이 큰 빅딜 보다는 선도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소부장 업체에 투자해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소개하는 매물 중 온디바이스 AI 업체들을 우선 검토 중이다. 올 초부터 글로벌 IB는 조(兆) 원 단위 M&A를 독자적으로 추진 가능한 삼성전자에 독일, 일본, 미국 등 글로벌 기업의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최우선적으로 접촉해왔다. IB 사이에서 삼성전자는 국내 전략적 투자자(SI) 중 자금력과 인수 의지가 모두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업으로 통한다.

실제 삼성의 최근 M&A 행보는 모두 온디바이스 AI라는 키워드로 귀결된다.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 오디오 명가 바워스앤윌킨스(B&W)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업(業)의 본질인 디바이스 경쟁력을 극대화해 미래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현하는 온디바이스 AI 시대에는, 강력한 하드웨어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 유리하다.

시장의 오랜 기대였던 차량용 반도체나 시스템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에 대한 빅딜 가능성은 사실상 접었다. 삼성은 반도체 생태계 자체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렇다고 반도체 기술 확보를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다. 핵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지분 투자로 기술 경쟁력을 유지·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빅 딜은 천문학적인 인수 비용과 각국의 규제 장벽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며 “삼성은 리스크가 큰 단 한 번의 빅딜보다, 제품 경쟁력과 직결되는 여러 건의 ‘핀셋’ 인수를 통해 내실을 다지는 방향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중현 삼성전자 사장(경영지원실장)


사법리스크 삼성, M&A로 잃어버린 8년 회복 노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 이후 8년 만에 인수합병(M&A) 시계를 재가동한 삼성의 전략적 목표가 ‘온디바이스 AI 생태계’ 구축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시장 관심을 모았던 초대형 반도체 기업 인수 대신, 자사의 핵심 사업인 디바이스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M&A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기는 모습이다.



삼성의 이러한 전략 선회는 현실적인 판단에 근거한다. 과거 SK하이닉스(000660)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나 엔비디아의 ARM 인수 무산 사례에서 보듯, 조 단위 반도체 빅딜은 천문학적인 비용은 물론 시황 급변에 따른 위험과 각국 정부의 견제라는 높은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불확실성이 큰 ‘한 방’에 베팅하기보다, 가장 잘하는 분야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실리적인 노선을 택한 것이다.

이런 삼성의 M&A 전략은 안중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이 주도한다. 특히 삼성은 동일 매물에 대해 가장 먼저 제안한 투자은행(IB)과 협력하는 ‘선착순 원칙’을 내세워 M&A 시장의 투명성과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원칙 덕에 전 세계 IB들은 유망 매물이 나오면 삼성에 가장 먼저 제안하고 있고, 삼성은 방대한 정보 속에서 AI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최적의 기업을 고르는 우선권을 갖게 됐다. 특혜 시비나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공정성을 기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M&A 사례들은 삼성의 전략을 명확히 보여준다. 미국 헬스케어 플랫폼 ‘젤스’ 인수는 갤럭시 워치·링 등 웨어러블 기기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사용자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 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다. 영국의 오디오 명가 ‘바워스앤윌킨스’ 인수는 스마트폰·TV 등 주력 제품의 프리미엄 가치를 높여 사용자 경험을 차별화하고, 자회사 하만의 전장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다목적 카드다. 최근 인수설이 불거진 일본 히타치의 백색가전 사업 역시 AI 기반 가전 생태계인 스마트싱스의 영토를 넓히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온디바이스 AI 전략의 궁극적인 성공이 ‘두뇌’ 역할을 하는 최고 성능의 반도체에 달렸다는 점에서, 삼성의 반도체 부문 투자 전략 역시 주목할 만하다. 거대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는 대신, 삼성은 지분 투자로 반도체 생태계 자체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핵심은 소재·부품·장비, 즉 ‘소부장’ 분야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다. 이런 전략은 단순한 공급망 관리를 넘어선 다목적 포석이란 분석이다.

삼성은 기술력 있는 국내외 소부장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차세대 공정 개발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와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를 추격하는 데 필수적인 동력이다. 동시에 강력한 소부장 협력사 네트워크는 삼성 파운드리 생태계의 매력도를 높여 더 많은 팹리스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까지 낳는다.

결국 삼성의 M&A는 스마트폰에서 가전까지 하드웨어 라인업을 묶는 ‘온디바이스 AI 플랫폼’ 구축과, 이 플랫폼을 구동할 최강의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소부장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 강화’라는 두 개의 축으로 움직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어질 삼성전자의 M&A와 지분 투자 대상 기업 등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며 “기기부터 부품까지, AI 시대에 필요한 하드웨어 전반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큰 그림이 구체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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