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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의전서열 2위로 다자무대 데뷔…祖父 김일성도 뛰어넘었다[북중러 反美연대]

■은둔의 리더서 정상국가 지도자로

66년前 톈안먼 망루 오른 김일성

마오쩌둥 옆 세번째 자리했지만

김정은, 26개국 정상 중 중심에

習·푸틴과 웃으며 밀담 나누기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위상 강화

블라디미르 푸틴(앞줄 왼쪽부터)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관람을 위해 톈안먼 망루로 이동하고 있다. EPA신화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라는 첫 다자외교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고(故) 김일성 북한 주석을 뛰어넘는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의 위상을 공고히 한 만큼 북한 비핵화를 위한 남북 대화는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중국 베이징 고궁박물관을 통해 전승절 기념행사장에 입장했다. 평소 즐겨 입는 인민복이 아닌 검은 양복 차림으로 홀로 입장한 그는 시 주석과 양손을 맞잡고 반갑게 인사했다. 보통의 악수에 그친 다른 정상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의 입장 순서는 맨 마지막으로 입장한 푸틴 대통령 직전이었다. 푸틴 대통령, 김 위원장 순으로 최고 귀빈 대우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중국 관영 CCTV는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에 한해 검은색 방탄 리무진 차량에서 내리는 장면부터 비추면서 예우했다.

열병식을 관람하기 위해 톈안먼 망루에 오르는 과정에서도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각각 시 주석의 왼쪽과 오른쪽에 나란히 섰다. 세 사람이 이날 행사에 초청받은 24개국 정상을 포함한 나머지 참석자들을 거느린 채 걷는 장면이 이목을 끌었다. 대화를 나누며 망루에 오른 3인은 북중러 정상이 66년 만에 한자리에 모이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66년 전의 김일성 주석과 비교하면 김 위원장의 ‘업적’은 선대를 거뜬히 뛰어넘는다. 1959년 중국 국경절 열병식에 참석해 톈안먼 망루에 올랐던 김일성 주석의 자리는 마오쩌둥 당시 중국 주석으로부터 세 번째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승절 행사에 초청받은 26개국 정상들 중 가장 중심에 선다는 것 자체가 완전한 정치적 승리이며 선대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라며 “중국이 그만큼 북한을 지정학적으로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중국·러시아로부터 보다 확실한 안보·경제적 지원을 보장받은 셈이다. 조비연 세종연구원 안보전략센터 연구위원은 “이미 상당 부분 보장해오긴 했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양성화’한 셈”이라며 “망루에서 대화를 나누는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모습은 북러 간 무기 거래, 기술 지원이 북중 간의 거래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의 핵능력에 기반한 성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 연구위원은 “이미 핵을 보유한 두 강대국과 북한이 나란히 자리하게 된 배경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핵심”이라며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라는 대외 메시지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북한 비핵화 논의의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연구위원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언급했는데 북한은 이에 대해 정면으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는 이제 없다’고 시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치 김 위원장이 꽃놀이패를 쥔 모양새지만 중국도 철저한 계산 하에 전략적으로 이러한 모습을 연출했다는 분석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이날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최고로 예우한 데 대해 “‘내 말을 잘 들으라’는 메시지이고 중국은 북한을 끌어안음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중국이 총대를 메고 ‘반미전선’의 대장을 맡아 기존 국제질서를 유지하려는 행보”라고도 덧붙였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절실한 북한, 미국과의 대화가 지지부진한 러시아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만큼 북중러 3국이 이러한 ‘반미전선’을 통해 한층 강력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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