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추천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비상임위원 선출안이 더불어민주당 반대에 부딪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1호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법안은 처리됐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비상장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인 BDC가 내년 도입된다.
국민의힘은 인권위원 부결에 대해 “어제까지 합의처리하기로 했는데 오늘 돌변했다”며 “의회 독재”라고 민주당을 규탄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상임위 일정 보이콧 방침도 밝혔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이상현 위원 선출안은 찬성 99표, 반대 168표, 기권 3표로, 우인식 위원 선출안도 찬성 99표, 반대 166표, 기권 5표로 각각 부결됐다. 민주당이 대거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여권은 이 교수의 차별금지법 반대 단체인 ‘복음법률가회’ 실행위원을 지낸 이력을, 우 변호사에 대해서는 전광훈 목사 등 보수 인사를 변호해온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이라는 점을 문제 삼아왔다.
국민의힘은 선출안 부결에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퇴장에 앞서 공개 발언을 신청하고 “국회법이 각 정당의 추천권을 인정한 것인데,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이제 아무것도 못하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다른 상임위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예결위도 당연히 참석하지 않겠다”며 민주당과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판했다.
당초 여야가 합의했던 비쟁점 법안들은 국민의힘 퇴장으로 범여권만 투표에 참여한 채 본회의에서 연이어 통과됐다. BDC 법안 통과가 대표적이다. BDC는 펀드 자산총액의 50% 이상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 등에 분산 투자하는 공모펀드다. 그간 벤처 시장에서는 고금리 영향으로 벤처펀드 결성금액이 2021년 17조 8000억 원에서 지난해 10조 6000억 원 규모로 줄어드는 등 자금 조달 요건이 악화했다. 이에 따른 정책금융 의존도는 23% 수준으로 민간 자본 중심의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시장에서는 BDC 도입을 계기로 벤처·혁신기업에 모험자본 공급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청주 오송지하차도 참사 국정조사 계획서도 의결됐고 첨단전략산업기업에 대한 효율적인 자금 지원을 위해 한국산업은행에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은행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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