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예고대로 인도에 50%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인도가 굴복하지 않을 방침을 밝히면서 당분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27일 0시 1분(현지 시각)부터 인도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6일 인도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높이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약 3주 만이다. 관세율은 미국이 부과한 관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브라질과 맞먹는다. 인도가 고율 관세를 부과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을 42%까지 대폭 늘렸다.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간접 지원하고 있다며 수입 중단을 촉구했지만 인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은 인도의 연간 수출액 중 약 18%를 차지하는 1위 수출 시장이다. 인도는 2023~2024 회계연도에 783억 달러(약 109조 원) 규모의 상품을 미국에 수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고율 관세로 섬유·의류, 다이아몬드, 새우, 가죽, 가구, 의약품 등의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숙련·저임금 노동을 이용해 섬유·의류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타밀나두와 구자라트주 산업단지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미국의 고율 관세가 장기간 이어지면 중국·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방글라데시 등 경쟁국에 밀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이아몬드 산업도 큰 타격을 입었다. 전 세계 다이아몬드 중 80% 이상이 가공되는 수라트에서는 최근 몇 주간 주문량이 급감했다.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는 인도는 저임금 원석 가공 숙련자를 대거 키워 보석 가공 산업을 장악했다. 최근에는 합성 ‘랩다이아몬드’ 제조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다만 인도의 대미 주력 수출 품목인 아이폰 등 스마트폰은 예외 품목으로 지정돼 고율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인도는 ‘강 대 강’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최근 몇 주간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요청을 네 차례 이상 거부했다. 양국 간 관계가 악화하며 10월로 예정돼 있던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정상회의도 개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29일 모디 총리와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향후 10년간 인도에 10조 엔(약 95조 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밝힐 방침이다. 또 중국의 동·남중국해 해양 진출을 겨냥해 ‘심각한 우려’를 공동으로 표명하는 방안도 조율 중이다. 일본 기업들의 대인도 투자도 활발하다. 스즈키자동차는 향후 5~6년에 걸쳐 인도 시장에 7000억 루피(약 11조 158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큰 인도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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