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은 시작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발’ 메시지로 한때 긴장이 고조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호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양국 정상은 서로를 향해 “위대한 지도자” “피스메이커” 등 덕담을 건네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서명용 펜에 관심을 보이자 이 대통령이 즉석에서 펜을 선물하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서명이 담긴 선물 보따리를 건네며 화답했다.
이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백악관에 도착하자 마중 나와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하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에 이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양손으로 맞잡으며 짧은 인사를 건넸다. 양국 정상은 웃으며 첫 정상회담을 기념했지만 회담장에 들어서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회담 시작을 약 2시간 40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특검 수사를 겨냥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 회담이 시작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 군사 장비의 큰 주요 구매국”이라며 한국의 무기 구매 확대를 요구하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 대통령을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시작하자 분위기가 점차 누그러졌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새로 꾸민 오벌오피스에 대해 “황금색으로 빛나는 게 보기 좋다”며 칭찬한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을 높게 평가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 대통령님의 꿈인데 다우존스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그것이 나타나는 것 같다” “평화 문제에 이렇게 관심을 갖고 성과를 낸 경우는 처음”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특히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로 지칭하면서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역할을 넘어서서 새롭게 평화를 만들어가는 피스메이커로서 역할이 정말 눈에 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올해 만나고 싶다”고 답하며 북미 정상 간 회동 가능성을 거론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하자 참석자들이 모두 웃어 보이기도 했다. 회담은 예정된 2시간을 20분 가량 넘겨 끝났다.
소인수 회담과 기자회견을 전후해서도 양국 정상 간에 우호적인 장면이 많이 포착됐다. 우선 정상회담에 앞서 이 대통령이 백악관 웨스트윙에 도착해 방명록에 서명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편하게 서명할 수 있도록 의자를 직접 빼줬다. 이어 이 대통령이 서명을 마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서명을 한 펜을 들고 “좋다(nice)”를 연발하더니 “도로 가져가실 것이냐. 어디서 만든 거냐”며 거듭 관심을 표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한국 것”이라고 답한 뒤 양손을 들어 보이며 ‘가져가도 좋다’는 의미의 제스처를 취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선물을 아주 영광스럽고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즉석에서 선물한 펜은 대통령실에서 직접 서명 전용 펜으로 국내 공방에 제작을 의뢰해 만든 것이다.
이 밖에도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에서 제작한 골프채, 거북선 모형,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선물했다. 골프채는 국내 업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체형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제작한 퍼터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각인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오찬을 겸한 확대 회담을 마친 뒤 참석자들을 ‘기프트룸’으로 안내해 마음에 드는 선물을 고르도록 권했다. 그러면서 마가 모자와 골프공, 셔츠용 핀 등에 직접 사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이 대통령에게 건네기도 했다. 또 “대단한 진전, 대단한 사람들, 대단한 협상이었다”며 “김 위원장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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