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진출을 노리는 한국투자증권이 잇따라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연말 자기자본이 1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금융지주는 26일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이 운영자금 등 9000억 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발행가는 주당 5000원, 발행 주식 수는 보통주 1만 8000주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다음 달 10일, 청약 예정일은 26일, 납입일은 29일로 정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증자의 목적을 “재무건전성 강화 및 성장동력 확보”라고 설명했다.
이번 증자로 한국투자증권의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지난 6월 말 10조 5216억 원에서 11조 4216억 원으로 확대된다. 올 하반기 예상 순이익까지 반영하면 연말에는 12조 원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셋증권(10조 2600억 원), NH투자증권(8조 원) 등 경쟁사와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 7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데 이어, 상반기 호실적을 바탕으로 자본 확충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 2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2% 증가했다.
공격적인 자본 확충은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기 위한 IMA 사업 인가 준비와 맞닿아 있다. IMA는 고객 예탁금을 기업금융 자산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금융상품으로, IMA 사업자가 되면 발행어음과 IMA를 합쳐 자기자본의 최대 300%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3곳이 인가를 신청했으며 정부는 연내 IMA 사업자 지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요건(8조 원 이상)을 충족했을 뿐 아니라 기업금융 역량이 강점으로 꼽혀 유력 후보로 평가받는다.
이번 증자로 발행어음 사업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까지 운용할 수 있어 자본 규모가 늘어날수록 운용 한도와 수익성이 커진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기준 발행어음 잔고는 17 조9725억 원으로, 자기자본이 12조 원으로 불어나면 발행 한도가 24조 원까지 확대돼 약 6조 원을 추가 발행할 수 있다. 다만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과도한 발행어음 확대는 대규모 운용자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다만 발행어음 잔고를 과도하게 늘릴 경우 리스크도 뒤따를 수 있다.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선 큰 운용 자산 규모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발행어음 사업자로서 단 한 차례도 규정을 위반하지 않고 18조 원을 운용한 경험이 있다”며 “(IMA 사업 인가를 받을 경우) 기업금융(IB)에 70% 이상 운용하라는 규정도 철저히 지켜 국내 자본시장 자금조달의 든든한 축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NICE신용평가(나신평)도 같은 날 보고서를 내고 “발행어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투자자금 유입이 지연되거나 기존 투자자산 회수가 늦어질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IMA 인가가 승인될 경우 이번 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은 조달 한도 확대와 사업 기반 강화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국투자증권의 자본적정성 제고와 시장 지위 강화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의 자체 신용등급은 업계 최고 수준인 A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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