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첨예한 국경분쟁을 벌여온 인도를 3년 만에 찾으며 양국 간 관계 복원에 나선다. 이에 반해 미국 무역 협상단은 관세 협상을 위해 예정했던 인도 방문을 전격 취소하면서 미국∙인도 간 파열음이 커지는 양상이다.
18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부터 20일까지 사흘 동안 인도를 방문해 양국 간 국경분쟁 등의 문제를 논의한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인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 촉진이 (왕 부장의) 이번 방문 목표”라고 설명했다. 인도 힌두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과 인도가 양국의 국경무역을 재개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국과 인도는 2020년 히말라야 국경을 사이에 두고 양국 군대가 유혈 충돌하며 사상자 수십 명이 발생할 정도로 군사적 긴장이 치솟았다. 그러나 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대항하면서 공동전선을 펴게 됐다. 미국은 이달 한국을 포함해 무역 상대국들과 잇따라 상호관세 협상을 타결했지만 중국의 우방국인 브릭스(BRICS)에 속한 인도에는 50%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양국 간 협상마저 난항을 겪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당초 이달 25~29일로 예정됐던 미국 무역 협상단의 인도 방문이 취소됐으며 추후 협상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러시아와 계속 원유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인도와 미국의 갈등을 파고들며 인도에 밀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달 31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하는 상하이협력기구(CSO) 정상회의에 7년 만에 참석할 예정이며, 인도 정부는 지난달 중국인에 대한 관광비자 발급을 5년 만에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과 인도는 교역에서도 화해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인도가 중국 중심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가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매체는 미국이 인도에 50% 고율 관세를 매긴 사실을 부각하며 “아시아 시장으로의 전략적 전환은 (인도가) 대미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의 경제학자 제프리 색스가 인도의 RCEP 가입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는 점 또한 근거로 제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