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그 중심에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레이싱 영화 ‘F1: 더 무비’가 있다. 이 영화는 개봉 이후 두 달 가까이 흥행세가 이어지며 국내 관객 수 350만 명을 돌파해 올해 최고 흥행작 반열에 올랐다. 광복절에는 아이맥스로 재개봉하며 글로벌한 인기를 재입증했다. 이 같은 관심은 패션 트렌드와 관련 프로그램 확산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명 ‘레이싱 코어(Racing Core)’로 불리는 레이싱 감성 의상 스타일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지고 있으며, 레이싱 게임 시설부터 전문 아카데미까지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추세다. 제주도의 한 대규모 레이싱 파크는 지난 7월 방문객 수가 전월 대비 20% 증가했다고 한다.
레이싱의 화려함 뒤에는 드라이버가 견뎌야 하는 극한의 신체적 부담이 존재한다. F1은 시속 300km가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모터스포츠다. 1000분의 1초 단위로 승패가 갈릴 만큼 차량 성능과 드라이버 기량 모두 극한의 상황까지 치닫는다. 단 10개의 팀만이 경쟁하다 보니 선수들은 레이싱 경험을 쌓고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데 수년을 쏟아부어야 한다.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출전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F1 드라이버는 4G 이상의 중력을 견뎌야 하는데, 이는 체중의 4~5배에 달하는 하중이 몸을 누르는 것과 같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300km에 이르는 레이스를 완주하려면 체력, 근력, 심폐, 정신력 등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한다.
허리는 드라이버의 부상 위험이 높은 부위 중 하나다. 강한 중력을 견디며 장시간 앉아 동일한 자세로 운전해야 하는 데다 운전석 내부의 지속적인 진동, 서킷 구조물이나 차량 간 접촉에 따른 충격 등이 허리 근육과 디스크에 계속해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 137명의 레이싱 드라이버를 대상으로 진행한 해외 연구 결과 이들이 가장 많이 겪는 질환 부위는 허리(26%)로 확인됐다. 이러한 허리 부담이 지속적으로 가중되면 디스크 손상이나 만성 요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척추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디스크가 손상되면 ‘요추추간판탈출증’이 발현될 수 있다. 요추추간판탈출증은 디스크가 손상되거나 제 위치에서 밀려나와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으로, 흔히 허리디스크로 불린다. 허리 통증 외에도 엉덩이 또는 다리로 이어지는 하지방사통, 감각 저하, 근력 약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허리의 뻐근함이나 피로감으로 시작되지만 신경 압박이 심해질수록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그 결과 경기 뿐 아니라 일상에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대부분의 허리디스크는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비수술 치료법은 추나요법과 침∙약침,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의통합치료다. 허리디스크에 대한 한의통합치료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이 SCI(E)급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발표한 연구는 한의통합치료가 허리디스크 치료 효과는 물론 경제성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허리디스크 환자를 두 군으로 나누고 각각 한의통합치료와 스테로이드 주사 등 약물치료를 시행했다. 치료 전 한의통합치료군과 약물치료군의 허리 통증은 숫자평가척도(NRS) 기준 각각 6.25, 6.65로 중증 수준이었다. 치료 종료 직후 한의통합치료군은 2.45로 허리 통증이 크게 감소한 반면, 약물치료군은 4.33에 그쳤다. 하지방사통을 NRS로 살펴봤을 때도 한의통합치료군의 개선 효과가 50%가량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NRS는 환자가 느끼는 통증 정도를 0(통증없음)~10(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통증)으로 표현한 지표다. 값이 클수록 통증이 심함을 의미한다. 그 밖에 허리기능장애지수(ODI)와 경제성 평가에서도 한의통합치료군이 약물치료군보다 우위를 나타냈다.
허리 건강을 유지하려면 평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근력 강화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허리 통증 등 이상 신호가 나타났을 땐 지체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허리디스크는 악화되기 전 조기 치료에 나서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비단 F1 드라이버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운전대를 잡는 우리들도 항상 허리 건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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