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마다 반복적으로 관련 사진이나 영상을 만나지만 당시의 분위기나 감정의 밀도를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시각물에 청각적인 요소를 더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도전했습니다.”
전혜성 빙그레 마케팅 광고기획팀 프로는 14일 서울 종로구 빙그레 본사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화유산 프로젝트 ‘광복의 소리 복원’에 대해 “‘그날 내가 현장에 있었다면 어떤 소리를 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빙그레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이달 2일 ‘처음 듣는 광복’이라는 영상물을 공개했다. 1945년 8월 15일 라디오로 일왕의 항복 선언이 전파되자 거리로 뛰쳐나온 2500만 동포의 함성을 재현했다. 총 5분 22초 분량의 영상에는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겼다. TV 광고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영상은 10일 만에 조회 수 560만 회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프로젝트를 담당한 전 프로는 “역사적 기록을 복원한다는 차원에서 옛 문헌과 사진, 날씨, 생존자 인터뷰 등을 위주로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며 “당시 사람들의 감정을 오늘날 후손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에 초점을 두고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광복 당시의 사진이나 문헌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소리는 남아 있지 않다. 이번 기획의 출발점이기도 한 소리 복원은 ‘세상에 없던 소리’를 되살리는 것인 만큼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최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음성 복원이 진행됐지만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전 프로는 “소리의 정확도나 생생함을 넘어 해방이라는 감격적인 순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컸다”며 “결국 100여 차례에 걸친 수정 작업이 이뤄지면서 기획부터 최종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총 8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고 전했다.
핵심은 해방의 감격에 찬 국민들의 함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재현해낼 수 있느냐였다. 전 프로는 “처음 복원된 소리를 들었을 때 울림을 느낄 수 없었고, 이런 정도로 국민들에게 ‘광복’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며 “이후 날씨부터 양철북 두드리는 소리, 버스가 지나가는 소리, 함성, 박수 소리 등 주변 소음이 더해지면서 현장감이 극대화됐다”고 설명했다. 복원을 마친 순간을 묻는 질문에 전 프로는 “결과물을 받아봤을 때 이제 됐다 싶더라”며 “처음 노트북으로 접했을 때는 생생함이 덜 했는데 영화관 시사회 때 울컥하고 소름까지 돋았다”고 전했다.
빙그레 문화유산 프로젝트는 2023년 학생 신분 독립운동가들의 명예졸업식인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을 시작으로 지난해 옥중 순국한 죄수복 차림의 독립운동가 87명을 AI를 통해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재현한 ‘처음 입는 광복’에 이어 올해가 3년째다. 전 프로는 “제품 광고 기획·제작에는 통상 3~4개월이 걸리지만 문화유산 프로젝트는 8개월간 꼬박 매달려야 할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고 결과물이 나온 뒤에도 대중의 평가 때문에 밤잠을 설칠 정도로 부담감이 크다”면서도 “국권 회복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뜻을 후대에 전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했다”고 말했다.
‘처음 듣는 광복’ 영상은 세 가지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다. 30초 분량의 TV·유튜브 광고 버전과 유튜브 및 빙그레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5분 22초 분량의 디지털 버전, 영상 제작 과정을 더 상세하게 볼 수 있는 8분 15초 분량의 다큐멘터리 버전이다. 다큐멘터리 버전은 광복절 당일까지 전국 15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티켓 예매 금액 1000원 중 815원은 대한적십자사의 독립운동가 후손 돕기 캠페인 사업에 기부될 예정이다. 전 프로는 “‘처음 듣는 광복’이 소리를 통해 관객분들에게 많은 울림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광복의 순간, 그 함성을 영화관에서 더 생생하게 느껴보시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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