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2017년 이후 8년 만에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상장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주식시장 거래량 회복과 기초자산 유동성 강화로 기관투자가들의 헤지 수요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1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10월 중 ‘PLUS K방산’과 ‘SOL 조선TOP3플러스’ ETF를 기초자산으로 한 선물을 출시할 예정이다. 상반기 주식시장을 주도한 조선·방산 업종 ETF의 거래량이 급증해 유동성이 확보됐고 이에 따라 파생상품 출시 요구가 높아진 것이 배경이다.
ETF 선물은 ETF 가격을 기초로 하는 파생상품으로 현재 거래소에 상장된 ETF 선물은 총 6종이다. ‘ARIRANG 고배당’ ‘KODEX 삼성그룹’ ‘TIGER 헬스케어’ ‘TIGER 차이나CSI300’ ‘KODEX Top5PlusTR’ ‘TIGER 미국나스닥100’ 등 기초자산을 각각 추종하고 있으며 모두 2017년 6월 상장됐다. 이후 8년간 거래소는 주식선물·옵션 시장 확대에 집중해 관련 상품을 260여 개까지 늘렸지만 ETF 선물은 당시 시장 규모와 수요 한계로 인해 추가 상장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증시에 유동성이 확대되고 상반기 테마형 ETF가 높은 성과를 거두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6개월 수익률 기준 ‘SOL 조선TOP3플러스(49.69%)’와 ‘TIGER 조선TOP10(44.47%)’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방산 ETF도 못지않은 수익률을 보였다. ‘PLUS K방산’은 6개월간 수익률이 76.79%, ‘TIGER K방산&우주’의 수익률은 82.59%에 달했다. 다만 급등에 따른 피로감으로 최근 한 달간 방산·조선 업종 ETF 수익률은 한 자릿수에 그치거나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에 변동성 확대를 우려한 기관투자가들은 거래소에 ETF 선물 상장을 요청했다. 운용사들은 ETF 선물을 활용해 레버리지·인버스 ETF 설계를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버스 ETF는 공매도나 대차 없이 선물 매도 포지션만으로 하락 수익 구조를 구현할 수 있고 레버리지 ETF는 증거금 거래 기반으로 목표 배율 수익률을 추종하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최근 배율형(레버리지·인버스) ETF 상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며 시장 규모도 급격히 확대됐다. 배율형 ETF 상장종목 수는 2012년 8개에서 현재 91개로, 같은 기간 순자산총액은 1조 8000억 원에서 9조 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ETF 선물은 현물 ETF보다 거래시간이 더 길어(정규장 개장 전후 30분) 변동성 대응이 용이하다는 점도 업계에서 출시 요구를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ETF 선물은 정규장 이후 시간대까지 거래가 가능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편의성과 접근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소는 ETF 선물 외에도 지수 선물 라인업도 강화한다. 기존 코스피200·코스닥150 등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선물 종목 260여 개에 더해 반도체 업종을 대표하는 ‘KRX 반도체 지수 선물’도 신규 상장을 추진한다. 국내 대표 산업인 반도체 분야에 적절한 파생상품이 부재해 기관투자가들이 헤지 수단을 찾기 어려웠다는 점이 출발점이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초자산인 ETF 거래량이 늘며 기관투자가들의 요청으로 관련 파생상품 출시를 논의하고 있으며 향후 ETF 선물과 지수 선물을 아우르는 파생상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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