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전 계열사 임원 업무용 차량을 현대자동차의 전기차로 바꾼다. 미국에서 시작된 SK온과 현대차(005380)·기아(000270)의 전기차 배터리 협력 관계가 한국에서도 이어진 결과로 읽힌다.
SK이노베이션은 사업 자회사까지 포함한 임원진의 업무용 차량 중 내연기관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임원을 대상으로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9과 eG80 중 1개 차종으로 변경 신청을 받는다. SK이노베이션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전기차 보급 확대 등을 위해 장용호 총괄사장과 전 임원진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방침으로 다음 달부터 시작해 올해 말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을 비롯한 계열사 사옥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 시설과 안전 시설도 확대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악화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 영향으로 국내 전기차 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국내 전기차 보급률 확대 등에 일조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현대차의 전기차를 임원 업무용 차량으로 전환하게 된 배경을 두고 ESG 경영 강화라는 목적 이외에도 자회사인 SK온과 현대차그룹의 협력 관계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SK온은 미국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조지아 1·2공장의 전체 생산라인 12개 중 9개를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에 이용하고 있다. 올해 2분기부터 생산이 본격화하면서 전 분기 대비 판매량이 17%가량 증가했다. 이 때문에 지난 2분기 영업손실이 664억 원으로 적자 폭이 크게 줄기도 했다. 전환 대상 차종인 아이오닉 9과 eG80 역시 SK온의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SK온 입장에서 현대차가 더욱 중요한 파트너일 수밖에 없다”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협력 관계가 그만큼 공고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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