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정책 중 59%만 실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법안 통과가 어려워 법 개정이 필요한 정책들의 시행이 전반적으로 지연되면서 주택 공급 확대 대책 가운데 주요 정책은 50%만 현실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부동산 정책을 발표만 하고, 적기에 시행하지 못하면 정책 효과가 감소할 수 있는 만큼 안정적인 정책 추진을 위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부동산정책 추진 현황 분석체계 구축 방향 연구'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년 2개월 동안 부동산시장과 관련한 18개 정책이 발표됐다. 이에 따른 세부 정책 과제는 2022년 78개, 2023년 124개, 2024년 188개로 증가해 총 390개로 집계됐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첫해인 2022년에는 수요·공급을 모두 포괄하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지만 이후 공급 위주의 정책으로 무게 중심이 바꿨다. 공급 정책 비중은 2022년 60.3%에서 2024년 76.1%로 확대됐다.
윤 정부가 발표한 390건의 세부 부동산 정책 중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행 단계까지 이른 과제는 230건(59%)이었다. 106건(27.3%)은 정책 발표 이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고, 54건(13.8%)은 법안 발의 수준에 멈춰 있었다.
윤 정부는 여소야대 지형을 고려해 법 개정이 필요한 부동산 정책 비중을 줄이면서 시행령·규칙 개정 등 국회를 거치지 않고도 시행할 수 있는 정책 비중을 늘렸지만 한계가 있었다. 법 제도 개편이 필요한 정책의 경우 시행 비율은 41.7%에 불과했다. 법안을 발의했더라도, 국회를 통과해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평균 204일의 긴 기간이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시장 안정에 중요한 공급 대책의 경우 현실화 비율이 특히 낮았다. 윤 정부는 2022년 8·16 대책으로 270만가구+알파(α)의 공급 목표치를 제시하고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감면과 안전진단 제도 개선 계획을 밝혔다. 2023년 9·26 대책을 통해선 3기 신도시와 신규택지를 활용해 공공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하겠다고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1·10 대책으로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재건축 속도를 최대 5∼6년 단축하겠다고 했으며, 노후도 요건을 완화해 재개발 문턱도 낮췄다. 이어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8·8 대책을 발표했다.
연구진이 이런 공급 대책의 세부 과제 시행 상황을 검토한 결과 279건 중 154건(55.5%)만 시행됐으며, 중요성이 높다고 평가된 12개 공급대책 중에서는 절반인 6건만 시행 단계까지 진척됐다.
공급 정책 중 세제 정책 시행에는 평균 7.3개월(218일)이 소요됐으며, 정비사업의 경우 7.9개월(237일)이 걸렸다.
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 대상 요건 완화 및 확대', '은행권 중도금대출 심사 시 초기 분양률 기준 합리화' 같은 금융 관련 공급대책 시행 기간은 평균 1.1개월(34일)로 짧았다.
국토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제도화 지연은 정책 시차에 따른 실기로 정책 효과가 감소하는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급 정책에서 법 제·개정에 의존하는 세제 및 정비사업 정책은 제도화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 실천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절차 간소화나 대체 방안을 마련해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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