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도권 인근 해안에 향유고래 4마리가 잇따라 떠밀려온 다음 날, 러시아 캄차카반도에서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양 사건 간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반응이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관련성을 부정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30분께 지바현 다테야마시 해변에서 고래들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발견 당시 고래들은 모두 살아 있었으며 몸길이는 약 7~8m로 확인됐다.
일본 국립과학박물관의 해양 포유류 전문가는 "고래들은 향유고래로 보인다"며 "이 지역 해역에서 가끔 목격되기는 하지만 네 마리가 동시에 좌초된 건 매우 드문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지진 전 해저에서 이례적인 음파가 발생했더라도 그것이 고래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30일 오전 8시 25분께 러시아 캄차카반도 인근에서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하자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일부 매체에서는 "고래 집단 좌초가 지진의 전조 아니냐"는 주장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현지 매체는 전문가 인터뷰를 인용해 "그러한 현상을 검증하기는 어렵고 원인을 찾으려면 현지 조사를 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일본 정부는 현장 조사를 통해 고래의 생사 여부를 파악한 뒤 폐사했을 경우 매립 등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생존해 있을 경우에는 전문가 자문을 거쳐 대응 방안을 정할 방침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기 약 일주일 전, 후쿠시마현 남부 이바라키 해변에 돌고래류인 고양이고래 50여 마리가 집단 좌초된 바 있다. 그러나 도카이대 등을 포함한 연구팀은 "해당 사례와 지진 사이에 연관성이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에도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고래는 숨을 쉬기 위해 깊은 바다와 얕은 바다를 오가며 생활하는데, 해저 이상으로 갑자기 떠오르면 신체에 무리를 줄 수 있다"며 "그 원인을 규명하려면 향후 부검, 유전자 분석, 연령 추정 등 과학적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고래 생태를 연구하는 일본의 한 비영리단체도 "고래류가 해변에 좌초되는 사례는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1건꼴로 확인된다"며 "지진과의 인과관계를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거 없는 소문에 휘둘려 현장에 접근하면 고래의 꼬리 등에 맞아 다칠 수도 있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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