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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6000억弗 약속 증명하라"…구체적 회사명 줄줄이 열거한 EU

■백악관 '팩트시트' 공개

7번 美방문·100시간 넘게 통화

EU 집행위원 협상 타결 이끌어

獨 "상당한 피해" 佛 "결국 굴복"

일부 반발 속 합의안은 추인 전망

7500억달러 에너지 구매 논란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에 있는 자신의 골프리조트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 합의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미국산 자동차의 EU 내 관세가 현재의 10%에서 단계적으로 0%로 낮아지고 EU의 대미 투자도 민간기업이 주축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EU 집행위원회 측은 “최선”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국에서는 “미국에 굴복했다”며 반발하고 있어 향후 이행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현지 시간) 백악관은 팩트시트를 통해 “EU는 미국산 산업재에 대한 모든 관세를 철폐하는 것을 포함해 상당한 관세를 철폐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측은 일단 미국산 자동차 관세율을 10%에서 2.5%로 낮춘 후 결과적으로 무관세(0%)를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EU의 6000억 달러(약 835조 원) 규모 대미 투자에 대해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인 2028년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기한을 못 박았다. 더 나아가 앞서 진행된 투자와는 별개의 신규 투자라는 점도 강조했다. EU 측은 “일본의 경우 대출·융자 등 공적 자금이 투입되지만 EU는 민간 자금이 주축이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EU는 8월 1일까지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 문서에 대미 투자를 하는 EU 기업들의 명칭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EU와의 협상장에서 “협상이 타결된 후 유럽 기업들이 대미 투자 계획을 백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고 보도했다. EU가 “투자 계획이 사실”이라고 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증명하라”며 압박했고 EU 측은 투자 예정 기업 이름을 줄줄이 열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양측이 이견을 보였던 의약품·반도체에 대해 백악관은 15% 세율 적용 품목에 의약품과 반도체가 포함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15% 세율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 제품, 구리에 대한 품목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발표했다.



EU 집행위 측은 올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했던 ‘50% 관세 부과’ 방안보다 관세율을 크게 낮췄다는 점을 들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EU와 협상이 전혀 진척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WSJ는 문턱이 닳을 정도로 워싱턴DC를 방문하고 미국 쪽 협상 상대와 장시간 통화 등으로 사전협상을 주도한 마로시 셰프초비치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의 역할을 주목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2월 이후 워싱턴DC를 7차례 방문했고 미국 측 협상 상대방과 전화·영상 통화를 합쳐 100시간 이상을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협상 결과를 놓고 불협화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전날 환영의 뜻을 밝혔던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이번 협정이 독일·유럽·미국에 상당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며 “물가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대서양 무역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는 X(옛 트위터)에 “암울한 날”이라며 “공통의 가치를 확인하고 공동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뭉친 자유로운 국민들의 연합이 결국 포기하고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7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한 약속을 두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EU가 3년간 매년 2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석유·천연가스·핵연료 등을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현재보다 에너지 수입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U 통계 기관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EU가 수입한 미국산 에너지는 650억 유로(약 750억 달러) 수준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2500억 달러어치 에너지를 사들이려면 수입량이 엄청나게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 기관 가브는 “EU가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 전체를 다 구매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현재 가격과 미국의 수출 능력을 감안할 때 연간 총액은 1410억 달러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민간 중심의 에너지 시장이라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케이플러의 맷 스미스는 “EU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기업들에 미국 에너지를 더 많이 구매하라고 지시하는지 모르겠다”며 “기업들은 가장 저렴한 원자재를 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7500억 달러) 그 숫자들은 비현실적인 공상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중 무역 합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중국은 2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지만 실제 이행은 미미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문제에도 회원국들이 합의안 추인을 거부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합의가 발효되려면 EU 내 27개 회원국 모두 동의해야 하는 만큼 회원국 한 곳만 불수용 의사를 밝혀도 추인이 이뤄지지 않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총대를 메고 그렇게 할 나라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열의 없이 이번 합의를 지지한다”고 말했고 이탈리아와 핀란드 총리, 덴마크 외무장관, 스웨덴·아일랜드 무역장관 등도 대체로 환영의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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