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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0억弗 놓고 美日 '아전인수'…야당 "지뢰밭 될것"

■무역협상 후폭풍 거세지는 日

트럼프 "美, 수익 90% 가져갈것"

日정부 "사업 진척에 따라 결정"

투자방식·환수율 등 해석 엇갈려

美서도 "추가협상 로드맵일 뿐"

쌀 수입·무기 구입도 '동상이몽'

2월 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일 무역 협상 타결에도 세부 내용을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번 협상의 하이라이트인 5500억 달러 대미 투자 기금을 놓고도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실행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대로 무역 협정이 체결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추가 협상을 위한 로드맵에 가깝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 야당들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전날 여야 당수 회담에서 설명한 미일 관세 합의 내용을 두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위험한 느낌”이라며 “양국 간 해석 차이가 지뢰밭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도 “아무것도 확실히 약속되지 않았다”며 협상 타결 직후 자신이 내놓았던 긍정적인 평가를 철회한다고 덧붙였다.

양국 간 이견이 가장 뚜렷하게 표출되는 의제는 5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 약속이다. 미국은 ‘5500억 달러’와 ‘90%’라는 숫자를 강조하면서도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투자를 집행하고 이익을 나눌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이 가운데 90%의 수익을 미국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다음 날인 23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의약품을 만들자’라고 하면 일본이 의약품 생산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고 그 이익의 90%를 미국 납세자가 갖게 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이 같은 해석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이시바 총리는 협상 타결 직후 여야 당수 회의를 통해 “일본무역보험·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일본수출입은행) 등 일본의 정부계 금융기관이 최대 5500억 달러 규모의 출자와 융자, 융자 보증을 제공할 수 있는 내용의 합의”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서도 사업 진척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익 배분과 관련해서는 “출자 시 쌍방이 부담하는 공헌도와 위험도를 근거로 1대9로 한다”고 선을 그었다. 대출이 아닌 출자에 한해, 그것도 출자 비율(공헌도)과 위험도에 근거한다는 전제 조건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일반적인 주식회사의 투자 논리와 같다. 블룸버그통신은 “양국 정상의 발언을 보면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실행 시기에 대해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측 협상대표를 맡았던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협상을 마치고 일본 귀국길에서 “제한된 시간에 대통령과 얘기하느라 시점까지 확인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지금까지 장관급 협상에서 벌여온 전제 위에서 타결된 만큼 8월 1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복귀 이후에는 자민당에 “최종적으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민간기업이 계약 베이스로 결정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해졌다. 민간투자가 선행되지 않으면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자체가 실행되지 않는다는 얘기로 읽힌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26일 NHK에 출연해 5500억 달러 투자 시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에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출자에 따른 이익을 반씩 나누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협상을 거치면서 일본 10%, 미국 90%로 바뀐 것과 관련해서도 “잃은 것은 겨우 수백억 엔 아래”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이 관세 인하를 통해 10조 엔(약 94조 원)에 이르는 손실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하며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공동 문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세를 낮출 (미국) 대통령령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그는 압박 거래의 달인”이라고 말하며 미일 무역 협상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교섭 카드를 제안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끝이다, 그는 ‘대통령, 하나 더 좋습니까’라며 수십 번이나 제안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아사히신문은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실제로 일본 정부가 낼 금액은 수조 엔(수십억 달러)에 그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쌀 수입 의제를 놓고 양국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백악관은 “일본이 즉시 조달량을 75%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일본 정부는 증가 폭에 대해 “앞으로 검토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관세 인하나 의무적인 수입을 뜻하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정 규모 안에서 조달 비율을 조정하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읽힌다. 이 밖에 연간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방위 장비를 일본이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는 미국 측 발표에 대해서도 “이미 결정된 방위력 정비 계획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과거 중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의 5500억 달러 투자 약속이 실현될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20년 중국은 관세 완화의 대가로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과 다른 상품을 추가 구매하기로 했지만 실제 이행률은 58%에 그쳤다.

미국 내에서는 벌써부터 미일 무역 협정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과거 1990년대와 2000년대 맺었던 무역자유협정(FTA)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체결하고 있는 협정들은 사실상 추가 협상을 위한 로드맵에 가깝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무역 전문가 윌리엄 라인시는 “(일본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최근 무역 합의를 맺은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국가들도 무역 합의 조건에 대해 서로 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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