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활동하던 미국 작가 거투르드 스타인이 1920년대 어느 날 자동차를 수리하기 위해 정비소에 들렀다. 1차 세계대전 퇴역 군인인 젊은 정비공의 미숙한 작업에 스타인이 불만을 토로하자 정비소 사장이 말했다. “이들은 잃어버린 세대예요.” 전쟁을 겪으면서 삶의 의미와 목표도 없이 방황하는 젊은 세대를 지칭한 표현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26년 출간한 소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의 서문에 이 표현이 인용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2007년 1월 일본 아사히신문은 ‘로스트제너레이션’이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로 일본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거품경제 붕괴로 불황에 빠진 일본에서 1993~2004년 무렵 학교를 졸업해 최악의 취업난을 겪은 ‘취업 빙하기 세대’를 일본판 ‘잃어버린 세대’로 표현한 것이다. 줄여서 ‘로스 제네’로 불리는 이 세대 중에는 단기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으로 사회 첫발을 내디딘 뒤 40~50대가 된 지금까지도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취업·학업 의지를 잃은 ‘니트족’이나 외부 사회와 단절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된 이들도 상당수다. 뒤늦게 정규직에 편입한 이들도 근무 연수가 적어 평균 소득이 낮다. 관리직이라는 이유로 최근 임금 인상 추세에서도 소외됐다. 미래에 받게 될 연금도 적을 수밖에 없다. 1700만~2000만 명에 달하는 ‘로스 제네’의 고령화는 2040년 무렵 노인 빈곤 문제 폭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일본인 퍼스트’를 내건 극우 성향 ‘참정당’이 최근 참의원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4050 남성을 주축으로 한 ‘로스 제네’가 이 정당의 주요 지지 기반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참정당을 뽑았다는 유권자 중 4050세대가 절반에 가까운 42%였다. 20년 전 고용 시장에서 소외됐던 세대의 불만과 불안이 일본 정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한국에서도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청년 실업이 심화하고 있다. 미래의 정치·경제·사회 불안의 불씨가 될 청년 문제에 대한 근본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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